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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에게 삼성물산은 맞지 않는 옷인가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4-08 2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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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에게 삼성물산은 맞지 않는 옷인가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삼성그룹의 ‘해결사’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잇단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주택시장 중심으로 건설부문 실적개선을 이뤘으나 각종 사건사고로 삼성물산 이미지가 계속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연이은 악재, 수습에 바쁜 최치훈

최 사장은 지난달 베트남에 다녀왔다. 단순 출장이 아니었다. 사고 수습차원이었다. 삼성물산이 시공중인 베트남 항만부두 공사현장에서 거푸집이 붕괴돼 13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이 직접 사고원인 파악과 수습에 나섰지만 베트남당국은 삼성물산 직원 48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정밀조사를 예고했다.

당장 공기지연으로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건설현장에서 일어난 대형사고로 대외 신인도 추락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이뿐이 아니다. 최 사장은 지난달 16일 삼성물산의 민간인 사찰을 사과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고객만족(CS)팀은 5년째 회사에 민원을 제기한 삼성래미안아파트 거주민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미행했다. 이들은 해당 민원인을 집에서 나올 때부터 미행해 주주총회장에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돌발행동을 감시했다.

최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민원인 동향감시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책임자인 주택본부장을 즉각 보직해임했다.

◆ 삼성물산 담합·싱크홀, 이미지 추락

최 사장은 지난해부터 온갖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뿌리 깊은 담합문제에서 새롭게 시민들의 공포로 떠오른 싱크홀까지 쉴 틈이 없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최악의 ‘담합기업’ 오명을 썼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호남고속철도·지하철 9호선 등 6곳의 공사에서 담합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1336억1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건설업계에서 담합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받아 '담합의 왕'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올해도 담합에 따른 과징금은 이어졌다. 삼성물산은 지난달에도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행위로 34억5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역시 함께 적발된 12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과징금이다.

삼성물산은 또 지난해 싱크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2롯데월드로 촉발된 싱크홀 논란에 대해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 삼성물산의 지하철 9호선 919공구 공사가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부실시공이 아니며 품질관리에 미흡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이미지가 싱크홀로 얼룩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최치훈에게 삼성물산은 맞지 않는 옷인가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최치훈, 삼성물산 정말 ‘맞지 않는 옷’인가

업계 관계자들은 최 사장이 외국생활을 오래했고 삼성전자·삼성SDI·삼성카드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종에 몸담았다는 점을 들어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경영적 측면에서만 건설업종에 접근해 안전문제나 대외신인도 등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사장은 삼성그룹의 막중한 과제를 떠안은 해결사답게 지난해 총 20억18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는 11억9500만 원, 상여금이 8억1700만 원이었다.

최 사장의 보수는 건설업계에서 가장 많다. 2위인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받은 10억8600만 원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최 사장에 대한 삼성그룹의 신뢰와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삼성그룹에서 삼성물산의 의미 역시 남다르다. 삼성그룹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이 계속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모태기업 세 곳(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 있다. 제일제당은 CJ그룹으로 분리됐고 제일모직은 지난해 삼성SDI에 합병됐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자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삼성물산은 1995년 삼성건설을 합병해 몸집을 키웠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종합상사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라 상사부문이 다소 부진한 건설부문을 떠안는 느낌이 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상사부문의 자금력과 영업능력을 활용해 2000년대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합병 20년이 지난 지금 건설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 기여도에서 상사부문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의 매출은 각각 14조9천억 원, 13조6천억 원이다. 건설부문과 상사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5700억 원, 830억 원이다.

이제 더 이상 건설부문이 상사부문에 기댄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두 부문이 시너지를 낸다고 말했으나 지금은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이 전혀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역시 전문무역상사 전체 수출입액 가운데 약 15%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종합상사다.

업계 최고의 회사 두 곳을 굳이 붙여놓아 조직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물산의 분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떼내 제일모직 건설사업부와 합쳐 삼성그룹의 건설사업부문을 재편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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