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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신뢰회복은 불가능할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9-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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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전망을 팔아라.”

'낙관적 전망'과 '매수' 의견 일색인 국내 증권사들의 보고서를 놓고 자조처럼 하는 말이다.
 
한국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신뢰회복은 불가능할까
▲ 금감원이 1월 발표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제도 운영현황 분석’에 따르면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서치 보고서의 매수 의견 비중이 높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향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보고서들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업무환경 등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안일한 자세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사의 꽃’으로 불린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은 기업 분석을 담은 보고서로 진가를 드러내는 자본주의의 대표적 전문직이다.

이들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국내외 주식시장 등을 분석하고 예측해 보고서를 낸다. 투자자들은 이 보고서를 참조해 투자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보고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매수 의견을 내면 오히려 팔아야 한다는 비아냥은 일상이고 애널리스트들이 기관 물량을 개미한테 떠넘기기 위해 일부러 긍정적 시각의 보고서를 썼다는 오명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9월부터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해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괴리율 공시 △검수기능 강화 △보수 산정기준 명확화 등 제도 개선방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이 1월 발표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제도 운영현황 분석’에 따르면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서치 보고서의 매수 의견 비중이 높았다.

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은 2%에 불과한 반면 매수 의견은 76%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중은 0.1%로 외국계 증권사(13%)와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매수 의견만 주로 내놓는 이유로 우선 그럴 수밖에 없는 업무환경이 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이 반발하는 건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빗발친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매도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에게는 정보를 주지 않거나 기업 탐방을 오지 못하게 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기업 탐방을 하지 못하면 애널리스트는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말에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되 목표주가를 낮추라는 말은 사실상 매도로 해석해야 한다”며 “투자의견 중립 역시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할 때 이를 돌려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출혈경쟁으로 증권사들이 보고서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원하는 사람 누구나 보고서를 볼 수 있게 되면서 항의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눈치를 봐야 할 곳도 늘었다.

이미 일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외국처럼 보고서를 유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주식시장에 관심있는 누구나 자유롭게 보고서를 볼 수 있다.

보고서의 신뢰가 떨어지는 요인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재무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지목되기도 한다. 정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등 비재무정보 제공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교육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짧은 교육을 받은 뒤 실무에 투입되다 보니 분석과 전망을 놓고 스스로 확신이 떨어지고 기업과 시장의 목소리나 여론에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매도 의견이 미치는 주가 급락 등 파장을 고려할 때 매도 의견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0월 JYP엔터테인먼트 주가가 하루에만 20%가량 폭락한 배경으로 특정 증권사의 보고서가 지목되기도 했다. 이 보고서가 일주일 만에 JYP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대폭 내려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하루 만에 “의도치 않게 대규모 외국인 공매도의 트리거(촉발 요인)가 된 전날 리포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코스닥시장이 증권사 보고서 한 장에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가 ‘중소형주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주식을 사라고 말하기는커녕 거품이라고 단정하고 붕괴를 예고하면서 파장은 거침없이 확산됐다. 승승장구하던 바이오기업 주가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증권사 보고서에는 ‘이 자료는 당사가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투자자 스스로 판단과 책임 아래 최종 결정하라’는 문구가 항상 따라다닌다. 최종 책임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란 얘기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정확한 예측과 분석인 만큼 더욱 정확한 분석을 위해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를 향한 신뢰가 무너지면 증권사와 증권업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어닝 쇼크와 주가 하락 등 현실이 증권사의 장밋빛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다 보면 투자심리 역시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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