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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에 팔린 영실업과 아가방, 중국에서 안착할까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4-03 09: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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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봇으로 유명한 영실업이 중국자본에 매각됐다. 영실업은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한 국내 토종 완구기업이다.

아가방앤컴퍼니에 이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 토종기업이 또 중국자본으로 넘어갔다.

중국은 세계에서 유아용품 최대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는데 대단한 정성을 쏟는다. 이 때문에 유아용품은 물론이고 완구, 애니메이션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자본에 팔린 영실업과 아가방앤컴퍼니는 중국 부모의 열성에 힘입어 중국사업이 대폭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찬희 영실업 대표는 중국자본을 등에 업고 중화권에 입지를 다지는 완구기업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원재 아가방앤컴퍼니 대표도 지난해 12월 취임한 뒤 중국에서 제2의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 영실업 ‘또봇’의 중화권 공략 힘받을까

영실업은 지난달 25일 중국계 펀드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을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중국자본에 팔린 영실업과 아가방, 중국에서 안착할까  
▲ 한찬희 영실업 대표
홍콩계 사모펀드인 헤드랜드캐피탈파트너스는 2012년 12월 영실업 지분 96.5%를 600억 원에 인수했다. 이 펀드는 영실업이 변신로봇 완구인 또봇의 인기를 앞세워 실적을 개선하자 매각에 나섰다.

영실업은 지난해 매출 1100억 원, 영업이익 300억 원을 거뒀다. 2013년에 비해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80% 늘었다.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은 인수가격으로 23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헤드랜드캐피탈파트너스는 2년 만에 1700억 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은 12조 원의 자금을 운영하고 있는데 영실업의 캐릭터 ‘또봇’이 중화권에서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찬희 대표는 영실업을 중화권기업으로 키우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대표는 “영실업은 지난해 대만시장에서 또봇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며 “같은 중화권인 중국시장에서 국내 완구기업의 이름을 걸고 한국 캐릭터의 우수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실업은 올해 매출 목표로 1500억 원을 잡았는데 이 가운데 20%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하려고 한다. 영실업은 올해부터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데 매출목표를 70억 원으로 잡았다.

한 대표는 중국에서 완구사업과 함께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사업도 함께 공략하려고 한다.

영실업은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상하이미디어그룹’과 손잡고 오는 5월부터 어린이 채널 툰맥스에서 ‘또봇’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로 했다.

영실업은 또 중국2위 완구수입 유통사인 ‘칼리토’를 통해 현지 600여개 백화점 등에 또봇 완구를 유통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토종 완구업체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업체의 한계를 이기지 못해 줄줄이 도산한 점을 고려해 독자적 제품과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영실업은 2013년 손오공을 제치고 국내 완구업계 1위에 올랐다.

한 대표가 추진하는 중국 진출이 반드시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완구사업은 유행이 심하다. 따라서 헬로키티처럼 장수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생존의 길이 확실히 열린다. 그러나 영실업이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인 또봇, 바이클론즈, 시크릿쥬쥬 등은 출시된지 아직 5년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익회수를 원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영실업이 장수 캐릭터를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려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헤드랜드캐피탈파트너스도 영실업을 인수하고 영실업의 실적이 개선되자 2년 만에 차익을 실현했다.

◆ 아가방앤컴퍼니, 중국시장 도전 성공할까

국내 최초 유아동복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도 지난해 11월 중국 랑시그룹에 매각됐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에 6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랑시그룹 유통망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자본에 팔린 영실업과 아가방, 중국에서 안착할까  
▲ 이원재 아가방앤컴퍼니 대표
이원재 아가방앤컴퍼니 대표는 지난해 12월 신임 대표가 됐다. 그는 아가방앤컴퍼니에서 해외영업본부장을 거쳤다. 아가방앤컴퍼니가 중국기업에 넘어간 뒤 이 대표가 발탁된 데는 이런 경력이 작용했다.

이 대표는 “이제 한국과 중국은 같이 가는 동반자”라며 “한국은 제품개발(R&D)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타워가 돼 중국진출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가방앤컴퍼니는 랑시그룹을 통해 그동안 고민이었던 유통망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중국법인이 6개 매장을 운영해 왔지만 유통망이 많지 않아 중국시장에서 고전했다.

중국 유아동복시장은 성장잠재력이 엄청나다. 중국 ‘한가정 한자녀 정책’이 30년 만에 완화되면서 중국 유아동복시장은 연간 24조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0~12세 영유아동 시장규모는 앞으로도 수년 동안 연평균 15% 성장이 전망된다.

아가방앤컴퍼니를 비롯한 국내 유아동복업체들은 저출산 위기를 맞은 국내보다 중국시장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 보령메디앙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현지 유아용품 대리점을 1300개로 확대했다. 한세실업 역시 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을 출시해 상하이 백화점에 진출했다.

하지만 중국 유아용품시장 진출이 녹록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아동복시장이 연간 20% 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경쟁기업들도 워낙 많아 시장에서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며 “특히 유아용품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고객이 여러 계층으로 나뉘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분석과 눈에 띄는 타겟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가방앤컴퍼니의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의 자회사 ‘제로투세븐’의 경우 지난해 중국사업에서 매출을 14%나 늘렸다. 하지만 제로투세븐이 2007년 중국법인을 세운 뒤 연평균 39%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중국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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