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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 산업은행장이 지난 1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5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까?
산업은행은 현대그룹, 한진그룹, 동부그룹, 한진중공업, 동국제강, STX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여러 부실기업의 주채권은행으로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홍 회장은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을 담당하더라도 나라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 회장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입게 되는 산업은행의 손실부터 줄여야 한다.
◆ 부실기업 구조조정 엄격해지나
홍 회장은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회생가능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
무조건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자금을 지원하다가 산업은행이 손실을 입고 오너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3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에 금호산업을 동원하는 데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금호산업이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에서 대주주인 채권단과 상의하지 않고 금호고속의 인수주체 가운데 금호산업을 넣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홍 회장도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인수자가 누가 되든 간에 이번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일이 어려울 것”이라며 “박삼구 회장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공정성 문제와 특혜시비 가능성을 고려해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뒷말을 들었다. 그러나 금호산업 매각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산업은행은 몸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홍 회장은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 김준기 회장을 향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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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홍 회장은 지난 1월 김 회장을 겨냥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회복하고 정상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김준기 회장이 사재출연을 거부하자 동부제철 동부건설에 대한 김 회장의 경영권을 내려놓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홍 회장은 동부그룹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구조조정을 진행한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에 대해서도 기업회생을 위해 오너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 등 그룹의 핵심자산을 모두 매각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대한항공을 통해 한진해운에 4천억 원을 유상증자하고 에쓰오일 지분을 아람코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직접 지휘했다.
산업은행은 회생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경우 청산하는 쪽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이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없다면 그곳에 쓰일 지원금을 다른 회사에 주는 것이 전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부실기업으로 막대한 상처받은 산업은행
홍 회장은 2013년 취임한 이래 2년에 걸쳐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손실을 입는 일을 겪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정책금융공사 통합에 따른 손실을 제외하면 약 2천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홍 회장이 처음 잡은 목표인 순이익 6천억 원의 30%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8%에 이른다. 국내 은행들 가운데 가장 부실채권비율이 높다.
산업은행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산업은행이 동부그룹에 빌려준 1조9천억 원 가운데 511억 원을 이미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놓았는데 그뒤에도 계속 늘어났다. 대손충당금은 앞으로 입을 손실에 대비해 미리 그만큼의 금액을 쌓아두는 돈을 말한다.
홍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STX그룹과 동부그룹에게 빌려줬던 자금 가원데 상당부분을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렇게 생길 손실에 대비해 미리 대손충당금을 쌓고 나면 2014년 수익목표를 맞추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홍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산업은행이 13년 만에 적자를 내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무려 1조4천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TX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동양그룹 등에 나간 대출이 무더기로 부실화되면서 대손충당금이 크게 쌓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기업의 주채권은행을 맡아 구조조정했다. 특히 조선, 건설, 해운 등 불황에 시달리는 업종의 회사들을 지원하는 일이 많았다. 자연히 부실대출이 자주 발생하면서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리하게 추가지원에 나섰다고 손실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STX조선해양을 놓고 채권단이 모두 4조5천억 원을 지원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결국 STX조선해양이 상장폐지되면서 산업은행은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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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10월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 홍기택, 부실기업과 유착관계 끊을까
홍 회장은 최근 들어 산업은행의 인사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은행 안에서 인사청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부실기업과 유착관계를 맺으면서 손실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 회장은 인사혁신을 통해 이런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검찰이 포스코 비자금을 수사하는 와중에도 구설수에 올랐다. 산업은행이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에게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팔아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산업은행이 이런 특혜를 주면서 입은 잠정적 손실은 31억 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회사에 퇴직 임직원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산업은행 퇴직자 19명이 아시아나항공, STX,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 등으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 국회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STX그룹은 2009년 이후 산업은행 출신 인사 11명을 한꺼번에 영입했고 그뒤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특혜시비도 일었다.
산업은행 임직원 가운데 일부는 STX그룹에 부실대출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이 STX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 불이행을 알고도 추가지원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STX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징후를 보였는데도 3천억 원을 추가로 대출한 부분을 문제삼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