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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오너들, 연봉공개 피하려 등기이사 줄줄이 사퇴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4-01 14: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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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공통점은?

범 삼성가 오너 일가 경영인이라고만 대답하면 이는 정답을 절반만 맞힌 것이다. 이들은 그룹 경영에서 막대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오너 일가들이다.

  재벌 오너들, 연봉공개 피하려 등기이사 줄줄이 사퇴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횡령 등의 불법을 저질러 실형을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영인이라고 하면 이 또한 절반만 맞는다.

이들은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사퇴해 보수 공개 의무에서 벗어났거나 벗어나게 되는 오너들이다. 


 2013년 11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연간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를 의무화했다.


등기임원 보수공개 의무화 제도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재벌그룹 총수 일가들이 보수잔치를 벌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 시행 2년째에 접어들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보수공개가 의무대상을 등기이사로 한정한 탓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총수나 일가들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숨어버렸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가 1일 국내 239개 주요 그룹 오너들의 보수공개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들 그룹사 가운데 15.5%인 37개 그룹 오너 일가가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2013년 11월 보수 의무공개가 의무화한 뒤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오너만 해도 1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30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1위를 차지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거액의 보수를 받아 비난이 쏟아지자 받은 보수를 모두 기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해 보수 순위에서 상위권을 형성했다. 김승연 회장은 형이 확정되자 일부 계열사의 경우 등기임원을 맡지 못하도록 한 법에 따라 등기임원을 사임했다. 이재현 회장은 올해 일부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보수를 공개했는데 급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도 등기이사직을 사임해 올해 보수 공개명단에서 빠졌다. 

부부 모두 보수 20위 안에 있던 담철곤 오리온 회장 부부는 뚜렷한 이유없이 등기이사직을 내놨다.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은 보수공개가 의무화된 뒤 미등기임원으로 바뀌었다.

이밖에 SPC그룹, 무림그룹, 종근당그룹, 동서그룹, 태광실업그룹, 조선내화그룹 등의 오너일가 경영진도 모두 같은 경우다.

오너들은 등기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퇴직금을 두둑하게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제철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는데 퇴직금만 108억2천만 원에 이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2월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모두 사임했는데 계열사 4곳에서 퇴직금만 143억8천만 원을 받았다.

  재벌 오너들, 연봉공개 피하려 등기이사 줄줄이 사퇴  
▲ 담철곤 오리온 회장
오너 경영인들의 등기이사 사퇴 행렬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장형진 영풍 회장, 최신원 SKC 회장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 그룹 39개(계열사 1370개) 가운데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2.8%인 312개다. 이는 2013년 26.2%인 375개에서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등기임원 연봉공개 제도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너 경영인들이 막대한 권한만 누리고 책임경영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등기이사는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고 보수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다”며 “오너 경영인들이 의사결정에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경영자의 보수를 공개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경우 등기에 관계없이 상위 5위까지 보수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영국이나 독일, 일본 등도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 공개가 의무화돼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수 공개 의무 대상자에서 빠져나오려는 그룹 총수급 오너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오너는 한 발 빠지고 자녀들을 등기임원에 전진배치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대주주와 오너 일가가 상장사 임원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면 등기에 상관없이 보수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등기임원 보수공개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등기임원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 개정안은 등기임원이 아니라도 보수총액 기준으로 상위 5명에 해당하면 개인별 보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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