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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틱그룹 창쩐밍 동사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식을 사들여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11월 장내매수를 통해 삼성화재 주식 4만4천 주, 삼성생명 주식 12만 주를 취득했다. 이 부회장이 사들인 지분은 각각 0.10%와 0.06%에 불과했지만 그 의미는 각별했다.
이 부회장이 제조와 금융계열사를 아우르는 삼성그룹 전체 경영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부회장은 그전까지 두 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경우 20.76%를 지닌 최대주주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이 부회장이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부회장이 최근 들어 대외적으로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를 챙기는 등 삼성그룹 수장으로서 역할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틱그룹 창쩐민 동사장(대표이사)을 만나 두 그룹 사이 금융사업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이 만남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상징성이 크다. 또 이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적극 나서고 있는 글로벌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해상화재보험과 중국 국영 보험회사인 중국인민재산보험공사 대표 등과 만찬을 직접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금융사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27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이사회 교류회’에서 연사로 나선다. 이 부회장은 2013년에도 보아오포럼에서 기조연설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건희 회장이 건재하던 때였다. 이 부회장의 대외 이미지는 장래 삼성그룹을 승계할 인물 정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2년 만에 다시 연사로 나서는 이번 포럼은 당시와 다른 무게감이 더해진다.
이 부회장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첫 번째 협력 파트너로 시틱그룹을 선택한 점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시틱그룹은 중국에서 금융과 부동산 투자, 자원개발 등에 진출해 2013년 기준 총 자산이 약 752조 원에 이르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창쩐밍 동사장에게 “두 그룹의 협력을 삼성자산운용의 ETF(상장지수펀드) 사업 제휴를 포함해 다양한 금융분야로 확대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이전에 시틱그룹 산하 중신증권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상품판매를 대신해주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업 인수합병 같은 투자은행시장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은 별도로 시틱그룹을 만나 시틱그룹과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 제조계열사뿐 아니라 금융계열사까지 챙기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완성할 핵심축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 지분 23.2%을 활용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이다. 이들 계열사는 이 부회장에게 지배구조와 관련해 중요하지만 또 다른 의미도 있다.
특히 금융계열사의 ‘맏형’인 삼성생명은 국내에서 업계 1위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삼성생명의 위상은 삼성그룹 안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27년이 지난 사이 삼성전자는 글로벌기업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반면 삼성생명은 그만한 성장세를 이루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매출 27조4천억 원으로 206조 원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에 비해 매출규모만 놓고 보면 10배 가까이 뒤쳐진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를 물려받아 삼성전자를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켜 놓았듯이 이 부회장은 금융사업 부문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잠재울 수 있는 최적의 카드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제조와 금융을 각각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급변하는 산업환경 측면에서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은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등장했다. 이 부회장이 핀테크에 관심을 쏟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부 소식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금융과 제조업을 교배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의 금융사업에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