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 퀸의 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하지만 영어숙어로 어떤 시련과 좌절, 난관이 있더라도 이를 넘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2019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다. ‘함께 잘 사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놓은 경제정책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환경 속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주요 기업이 마주한 새해 현안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1]공정경제와 혁신성장
[2]3~4세 경영, 세대교체
[3]성장, 사업재편
[4]상생과 투명경영
[5]경쟁,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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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2019년을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한 해로 삼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보좌했던 부회장단을 대거 물갈이하며 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채비를 마쳤는데 앞으로 글로벌 선두 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 정의선, 미래차 위한 연구개발에 힘 쏟는다
2일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19년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체제에서 현대차그룹이 맞이하는 첫 새 해인 만큼 ‘
정의선 시대’에 걸맞은 문화를 구축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 수석부회장이 세대교체 인사까지 단행하며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글로벌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래차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말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직접 영입한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올렸다.
전략기술본부는 IT기술 연구개발과 외부 기업과 협력 등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서로 정 수석부회장이 2017년 2월에 직접 신설한 조직이다. 지 사장의 승진으로 전략기술본부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고 볼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2018년에 현대차그룹을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모빌리티 분야에서 더욱 많은 사업기회를 찾는데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전략기술본부 내에 CVC팀과 CorpDev팀을 만들어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협업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전략기술본부는 차량공유 시대가 눈앞에 온 현 시점에 완성차기업이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으면 향후 차량공유 플랫폼을 가진 기업에 차량을 납품하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카셰어링 등 차량 공유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마스’(모든 이동수단을 소유하는 대신 서비스로 소비한다는 개념)에 중점을 두고 세계 수많은 차량공유기업들과 관련 기술 노하우를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면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확보해 자율주행차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상품성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사상 최초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에 외국임 임원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앉혔다.
품질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양웅철 권문식 두 부회장을 물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새 인물을 발탁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고성능차 연구개발 전문가인 비어만 사장에게 현대기아차의 미래차 경쟁력을 강화하는 임무를 맡겼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내연기관차 성능 전문가를 연구개발본부 수장으로 발탁해 기존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의 품질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차 ‘넥쏘’를 포함해 전기차 등으로 대변되는 친환경차의 상품성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직문화 혁신 기대
미래차 기술 확보와 연구개발 활동 강화 등에 힘을 쏟기 위해 과거와 단절하는 일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안을 서둘러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래차시장 경쟁에서도 자칫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래차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적합한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완성차기업에서 전장(전기장비)부품 등을 생산하는 부품기업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를 주축으로 새 사업구조를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꾸준히 나온다.
현대모비스를 친환경차와 전장부품 중심의 기업으로 육성하고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중심의 계열사를 한 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압박받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추진될 공산이 크다.
‘
정몽구 회장 시대’로부터 내려오는 경직적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7월 ‘현대차 워크 스마트 리더십 설명회’를 통해 업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관행적 이중결재와 일방적 회의를 지양하고 다른 부서와 협업을 강화해 효율적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관행을 끊어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현대차그룹 본사 실무 직원들은 말한다. 여전히 실무보다는 윗선에 올리는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연구소 사정도 마찬가지다.
연료전지 등 신사업을 하는 부서는 그나마 낫지만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과 내외장 설계 등 전통적 연구개발 부서는 1990년대부터 내려오는 이른바 ‘군대식 문화’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연구소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정 수석부회장은 1970년 생으로 만 나이로 치면 아직 50대에 접어들지 않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전부터 조직에 젊은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앞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해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는데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7월에 현대기아차 고위 임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훌륭한 직원을 보고서 만드는 데 활용하는 리더는 필요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정의선, 새 술은 새 부대에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현대차그룹 혁신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12월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모든 변화와 혁신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며 “누가 더 고객을 만족할 수 있느냐는 기본적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런 변화의 속도를 채찍질하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오랜 기간 조직을 이끈 사람을 경영 2선으로 물리고 새 사람을 전진배치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을 본격화하는 만큼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시대와 서서히 결별하며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담금질을 이미 시작했다.
정 회장의 책사형 참모로 불리며 ‘
정몽구 회장 시대’를 상징했던 김용환 부회장은 2018년 연말 부회장단 인사에서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다.
수소차와 전기차 개발을 주도했던 연구개발본부 소속
양웅철 권문식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부회장단 인사에 앞서
정몽구 시대에 현대차그룹의 중국 진출 역할을 맡았던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상임고문도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나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으며 이 밖에도 다수 계열사 수장들이 교체되거나 고문으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