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최근해외부문 담당 임직원 13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산업은행이 내부 감사를 요구했고 그 결과 일부 방만한 사례 등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또 현대상선에 옛 한진해운 출신을 다수 투입해 이른바 ‘메기 효과’도 노린다.
현대상선에 내년 초 한진해운 출신 외부인사가 투입된다. 구체적 규모와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출신의 영업사원을 포함한 30~50명 수준의 영업 관련 조직이 현대상선 안에 꾸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인사로 이뤄진 영업팀이 기존 현대상선 영업팀과 경쟁하며 서로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이 회장이 현대상선 경영진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유창근 사장 교체설까지 나왔지만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수준에서 인적 쇄신을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2016년 9월 현대상선을 흑자로 돌려세우기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2018년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더욱이 이 성적표는 한진해운이 파산한 2017년 2월부터 지금까지 2조 원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았으면서도 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현대상선 실사보고서까지 공개되면서 정부의 지원을 놓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현대상선에 자금을 지원할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경영진 책임론을 꺼내들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내부에서도 현대상선 경영진을 놓고 방만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 교체를 꺼내들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는데 갑작스럽게 교체되면 현대상선 내부는 물론 화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져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이동걸 회장이 현대상선을 겨냥해 공식석상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현대상선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잡음이 불거지는 등 안팎으로 뒤숭숭한 현대상선에 물건을 맡길 화주가 있겠냐는 것이다.
유 사장을 대신할 후임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유창근 사장을 현대상선에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적당한 인물을 찾기 힘들어 어렵게 데려왔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유 사장을 대신할 인물을 찾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에서 해운 전문가라고 해봐야 현대상선 아니면 한진해운 출신”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사장으로 선임될 당시 현대상선에 30년 이상 몸담은 데다 인천항만공사 사장까지 지내며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만큼 해운업에 정통한 외국인 CEO(최고경영자)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지만 해운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을 외국인에게 맡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이 다시 해운동맹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유 사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상선은 2020년 4월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MSC의 2M 해운동맹과 맺은 전략적 협력관계가 끝나 다시 해운동맹에 가입해야 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추가 예산투입을 앞두고 현대상선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해운업 자체의 업황이 있고 이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비용 절감을 압박하고 경영진을 교체한다고 현대상선이 흑자로 돌아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