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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
“TV방송 시대는 2030년까지만 지속될 것이다.”
‘미디어계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넷플릭스 창업자 겸 CEO 리드 헤이스팅스(54)의 호언장담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스트리밍(즉각 재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로 세계 방송미디어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넷플릭스는 이미 미국 유료방송시장을 재편했다. 미국의 방송산업은 지금껏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주도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세로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내보내던 콘텐츠를 보던 방식에서 주문형 스트리밍 시청으로 급속히 소비방식을 바꿨다.
헤이스팅스는 1997년 넷플릭스를 세워 DVD 대여업체로 출발했다. 헤이스팅스는 월정액을 내고 인터넷에서 영화를 신청하면 우편으로 DVD를 배달해주고 영화도 추천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았다.
넷플릭스는 매장 중심의 세계 최대 비디오 대여체인 블록버스터를 앞질렀고 2013년 결국 불록버스터를 파산에 이르게 했다.
그뒤 넷플릭스는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서비스로 미국 방송플랫폼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넷플릭스는 내년에 한국에 진출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넷플릭스, 미국 방송시장 재편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8340만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2013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47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2억6680만 달러를 냈다. 순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두배 이상 늘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실적의 원동력으로 해외 사용자의 증가를 꼽았다. 넷플릭스는 세계 50개국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해외 순가입자는 243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70만 명이나 늘어났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지난 1월 기준으로 5700만 명에 이른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이미 방송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넷플릭스는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으로 시청자들을 코트 커터로 변화시켰다. 코드 커터(Cord Cutter)란 기존 지상파, 케이블, 위성 방식의 TV방송 대신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넷플릭스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보다 시청료가 싸다. 넷플릭스는 월 7.99~11.99달러를 받는다. 반면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시청료는 월 80∼100달러에 이르고 프리미엄 채널을 추가하면 더 비싸진다.
더욱이 넷플릭스 서비스는 PC, 스마트폰, DVD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에도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유료회원 수 3770만 명을 기록했고 북미 인터넷 사용량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유튜브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미디어 리서치업체인 닐슨이 지난해 마지막 3개월 동안 '시청자 미디어 수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국 전체 가정의 41%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약진으로 미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케이블TV 가입자를 따라잡았다.
지난해 4분기 컴캐스트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구당 기준)는 37만5천 가구가 늘어 모두 2200만 가구가 됐다. 같은 기간 케이블TV 가입자는 6천 가구 증가에 그쳐 2240만 가구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CBS방송은 미국의 3대 지상파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초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NBC 방송을 소유한 NBC유니버설은 올해 하반기에 코미디 프로그램 중심의 유료 웹 비디오 서비스를 론칭한다.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영화 채널 HBO는 지난 9일 애플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HBO 나우'라는 인터넷 전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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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는 월 7.99~11.99달러만 내면 수만 개의 콘텐츠를 무한 시청할 수 있다. |
◆ 넷플릭스의 성공전략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가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다양한 기기로’ 서비스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저렴한 사용료와 활용 플랫폼의 다양성, 효과적인 빅데이터의 활용, 과감한 콘텐츠 제작 투자다.
넷플릭스의 회원은 한 달에 최소 7.99달러만 내면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넷플릭스의 강점이다.
현재 넷플릭스 서비스는 윈도나 맥OS, iOS, 리눅스, 안드로이드, 크롬 등의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PC나 셋톱박스 외에도 스마트TV, 블루레이 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힘은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에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프로그램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해 회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한다.
넷플릭스는 이런 분석력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콘텐츠로 최대 효과를 뽑아낸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는 1만 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인스턴트 프라임'은 8만 종이 넘고 올레TV 같은 국내 IPTV도 10만 종 이상이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좋아할 영상을 직접 제작한다. 기획부터 주인공 섭외, 배급까지 전반에 걸쳐 구독자의 선호도를 분석한다. 넷플릭스는 2012년부터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13년 방영된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1990년 영국 BBC에서 제작된 같은 이름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이 공개된 뒤 시청자 가운데 85%가 만족했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으로 에미상 3관왕에 올랐고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미국 1위 콘텐츠 채널 HBO의 가입자 수를 앞질렀다. HBO가 수십년에 걸려 이룬 성과를 넷플릭스는 불과 2~3만에 이뤘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성공 이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마르코 폴로’를 연달아 제작하며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더 많은 가입자들을 흡수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2016년까지 콘텐츠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 미디어계의 스티브잡스, 헤이스팅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 ‘미디어계의 스티브 잡스’.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렇게 불린다.
그는 별난 이력과 역발상의 아이콘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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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
헤이스팅스는 196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헤이스팅스는 수학자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영화광이었다.
그는 바우두인칼리지 수학과를 졸업하고 해군에서 2년을,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4년을 보낸다. 아프리카에서 가난한 아이들에게 2년간 수학을 가르쳤다.
헤이스팅스는 “젊은 시절 돈 몇 푼 들고 아프리카에서 히치하이킹해 본 사람에겐 어떠한 창업도 그리 큰 도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헤이스팅스는 스탠포드대학에 입학해 컴퓨터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91년 첫 회사인 퓨어소프트웨어를 설립했다. 그는 1997년 퓨어소프트웨어를 매각한 뒤 같은 해 마크 랜돌프와 손잡고 DVD 대여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를 창업했다.
넷플릭스 설립은 영화대여 연체료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 영화광이었던 헤이스팅스는 어느 날 1.99달러에 영화 ‘아폴로13’을 빌렸다. 하지만 대여기간을 깜빡 잊은 탓에 며칠 뒤 40달러에 이르는 연체료를 물어야 했다.
그는 “원하는 영화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골라 보고 싶다”는 욕심에 넷플릭스를 창업했다. 회사이름인 넷플릭스는 인터넷(net)과 영화(flicks)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회사이름에 헤이스팅스의 사업구상이 담겨있다.
헤이스팅스는 DVD를 조금 늦게 반납해도 벌금을 물지 않고 집 앞까지 상품을 배달해주는 회사 넷플릭스를 세웠다. 월정액을 낸 온라인 회원들에게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헤이스팅스의 파괴적 혁신전략은 고객을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했다.
◆ 야구단 같은 넷플릭스
그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1997년 내가 꿈꾸는 인터넷TV를 실현하기에 인터넷망 등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비즈니스는 10년 뒤를 상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이스팅스의 사업구상은 넷플릭스를 창업한지 10년 만인 2007년 빛을 발한다. 당시 미디어업체들은 영화나 드라마 1편당 돈을 받거나 광고에 기반한 무료방송에 집중하고 있었다.
헤이스팅스는 10년 전 꿈꿨던 넷플릭스의 모델을 과감히 들고 나왔다. 모바일에서 정액요금을 결제하면 우수 콘텐츠를 스트리밍방식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헤이스팅스가 만든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는 독특하다.
넷플릭스는 메이저리그 명문 야구단처럼 운영된다. 각 포지션을 A급 선수들로 채운다. 반면 적당한 수준의 성과만 내는 평범한 직원들은 퇴출된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한 임원은 “현재상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팀원 75명 중 3분의 1을 해고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린다.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출장경비를 재량껏 쓰는 것은 기본이다. 급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넷플릭스 최고인사책임자 패티 매코트는 "최고의 직장은 복지가 좋거나 급여가 많은 곳이 아니라 탁월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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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는 2017년 200나라에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
◆ 넷플릭스 한국 진출, 한국 방송산업도 바꿔낼까
헤이스팅스는 지난 1월 2014년 실적을 공개하며 “2017년까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진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넷플릭스는 사업지역을 현재 50여 개 나라에서 2년 안에 200개 나라로 널힌다는 목표세웠다. 넷플릭스는 지난 23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일본에 올해 안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2016년 상반기에 상륙할 것으로 점쳐진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8월 ‘한국, 일본에 능통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당시 미국 IT매체 기가옴은 “여러 국가 가운데 한국은 넷플릭스의 가장 유력한 미래시장”이라고 보도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망을 갖춘 곳이다. 초고속 인터넷 회선 보급률이 96%에 이른다. 셋톱박스,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TV와 같은 하드웨어 플랫폼도 많이 보급된 상태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시작되면 국내 사용자는 1만 원의 사용료를 내고 무제한 시청이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진출하면 지상파, 케이블TV, IPTV 등 기존 방송플랫폼의 영향력은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TV제조사와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앱만 살아남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국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의 영향력이 미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케이블TV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유료방송에 비교해 현저히 낮은 이용료 때문”이라며 “국내 유료방송 사용료는 결합상품 등으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부담이 적어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할 경우 케이블TV와 IPTV, 위성TV가 이미 VOD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만의 색깔을 내기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넷플릭스가 지나치게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를 들어 인터넷망 사업자인 KT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대가를 요구하거나 최악의 경우 접속을 차단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인터넷망사업자들은 유료방송사업도 함께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