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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에 떨고있는 재계, 누가 칼에 베일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3-19 16: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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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수사에 떨고있는 재계, 누가 칼에 베일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기업들이 떨고 있다. 대기업을 겨냥한 검찰의 반부패 수사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업경영이 어려운 마당에 사정한파까지 몰아쳐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사정 칼바람에 휘청거렸던 악몽이 자칫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을 필두로 신세계그룹, 동부그룹, SK그룹, 동국제강, 동아원, 롯데쇼핑 등이 검찰수사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이밖에도 이명박 정부시절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온 자원외교 비리수사와 관련해 한국광물공사 등 공기업은 물론이고 사업에 함께 참여했던 기업들도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경남기업이 이명박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먼저 매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 경남기업 외에도 자원외교 사업에 참여한 SK가스, GS홀딩스, 금호석유화학, 현대중공업, 대우인터내셔널, STX 등도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 진행과정에서 총수 등 경영진의 개인비리까지 파헤쳐질 가능성도 높다. 사정당국의 의지와 수사강도에 따라 기업들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사안들이 과거 내사단계에서 흐지부지됐던 것들이라 실제 사법처리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 롯데그롭과 신세계그룹,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대상

유통그룹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수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쇼핑 본사에서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사업본부로 사용처가 명확치 않은 수십억 원대의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쇼핑이 직원 계좌를 거쳐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쇼핑 임직원들의 계좌내역을 추적하고 예산담당 실무 직원 5명을 소환해 자금 이동경위와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쇼핑은 “이동 자금은 신입사원 면접비 지급, 부서 회식비, 교통비 등 업무활동비로 정당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며 “비자금 조성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롯데그룹이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납품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또 2013년 7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는 서울국세청으로부터 600억 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시절 제2롯데월드 사업허가를 따내는 등 특혜를 입은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검찰의 기업수사가 이명박 정부의 비리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롯데그룹도 사정권 안에 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롯데쇼핑 비자금 의혹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롯데쇼핑 외에도 신세계그룹의 비자금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신세계에 혐의점을 두고 있는 대목은 신세계 법인 당좌계좌에서 발행된 당좌수표가 물품거래에 쓰이지 않고 현금화한 점이다. 검찰은 현금화한 돈 가운데 일부가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총수일가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세계는 “당좌수표를 현금화한 것은 경조사비나 격려금 등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지출을 위한 것으로 정상적 비용처리”라며 “지난 1월 검찰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충분히 소명해 의혹이 풀린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 동국제강 동부그룹, 총수 일가 개인비리에 초점

재계 순위 30위권에 드는 동국제강도 장세주 회장을 횡령혐의로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장 회장이 미국법인을 통해 약 1천만 달러를 미국으로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확인에 나섰다.

  검찰수사에 떨고있는 재계, 누가 칼에 베일까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검찰은 동국제강이 해외에서 고철을 수입하면서 현지업체로부터 받은 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 차액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대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법인의 계좌로 받은 뒤 일부를 손실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회장에게 횡령과  해외재산 도피, 외화 밀반출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 회장이 미국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점에 대해서도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장 회장이 미국의 여러 도박장에서 도박을 해 5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첩보를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 회장이 빼돌린 돈 일부가 도박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동국제강은 국세청 특별세무조사와 당진제철소 건립과정에서 건설비를 과다계상한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장세주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업체 페럼인프가 동국제강 을지로 본사 건물관리를 통해 매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도 검찰이 주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장 회장 일가가 계열사 실적을 부풀려 고액배당을 받거나 용역 거래대금을 허위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그룹의 투자회사와 계열사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상당액이 김 회장의 자녀들에게 흘러들어가 경영권 대물림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검찰은 또 김 회장의 동서인 윤대근 동부CNI 회장이 10억 원 안팎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하고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유명한 동아원의 경우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동아원은 이희상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씨의 장인이라는 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환수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원은 2013년 검찰의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의 대대적 비자금 추적조사 때도 비자금 유입처로 의심을 받아 수사를 받기도 했다.

◆ SK건설 입찰담합 수사, 건설업계 회오리

SK건설은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0일 공정위에 “SK건설을 고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공정위는 2013년 만들어진 ‘의무고발요청권’에 따라 검찰의 고발요청을 받으면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한다. 검찰이 의무고발요청권한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SK건설을 고발했다.

  검찰수사에 떨고있는 재계, 누가 칼에 베일까  
▲ 조기행 SK건설 사장(왼쪽)과 최광철 SK건설 사장
SK건설은 2010년 4월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입찰에서 경쟁업체와 담합해 투찰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SK건설에 22억6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건설업계에서 공사입찰 담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정위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경제도)를 적용해 고발은커녕 과징금도 감면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적극 행사해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수사강도를 높이면 그 파장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조사한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만 해도 SK건설 외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 11개 업체가 가담했다. SK건설은 동진3공구(낙찰가 1038억 원)를 따냈고, 현대산업개발과 한라건설은 각각 동진5공구(1056억 원)와 만경5공구(746억 원)를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에 각각 과징금 9억6000만∼34억5800만 원을 부과하고 형사고발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현재 SK건설에 대해서만 기소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 등 형사책임을 면한 건설사의 경우도 앞으로 불공정 거래 행태의 정도에 따라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입찰담합 외에도 해외사업장이 많다는 점 때문에 포스코건설 수사의 유탄을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해외건설의 경우 해당국가 특성에 따른 계약조건이나 관행에 따라 공사비 부풀리기 등을 하기 쉽다.

검찰이 마음먹기에 따라 칼끝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포스코건설 외에도 두산중공업, GS건설, 현대건설 등도 해외사업장이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살아나 오랜만에 건설업계가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인데 많이 당황스럽다”며 “해외현장 점검과 내부단속으로 업체들마다 분주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대기업, 사정의 악몽 떠올려

검찰이 대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반부패수사를 놓고 기업들은 사정의 아픈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2003년 8월부터 2004년 5월까지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SK 분식회계 고발사건을 신호탄으로 LG홈쇼핑, 삼성전기, 현대캐피탈, 롯데그룹 등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김인주 삼성전자 사장 등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정치권에 불법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이번 검찰수사도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을 감안할 때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완구 총리의 부패척결 발표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비리 덩어리’를 뿌리뽑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청산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사정한파가 기업경영을 위축시키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끝난 사안까지 다시 수사선상에 올리는 데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며 “기업들이 검찰의 수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대기업들 전반에 사정을 하겠다고 접근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투자와 고용 등 전반적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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