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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폰 정의선차 신동빈맥주 정용진펍.
주요 그룹이 내놓는 핵심 제품에 오너 후계자들의 이름이 붙는 일이 늘고 있다.
오너 후계자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직접 제품 기획부터 시장 출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은 자연스럽게 오너 이름이 붙은 별명을 얻게 된다.
핵심제품이 오너 후계자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인지도를 저절로 얻을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또 최근 들어 마케팅에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선호되는 추세여서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오너 후계자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일은 동전의 양면이 되기도 한다.
제품이 좋은 반응을 거둘 경우 오너 후계자의 이미지도 개선되고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업을 상속받아야 하는 오너 후계자들이 성공이 예상되는 제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 실적을 올리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오너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고 전면에 나서기보다 은둔형 경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젊은 이미지로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회사의 이미지를 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오너 후계자의 이름이 붙는 브랜드 마케팅은 이런 점에서 효과적이다. 이런 마케팅 과정에서 오너 후계자의 이미지는 신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와 겹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제품이 실패하면 실패의 이미지가 오너 후계자에게도 옮겨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없는 신제품이 오너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섣불리 반길 수만은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성공의 자신감이 있을 때 기업이 먼저 나서 오너 후계자의 이름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가 있지만 반대로 신제품에 오너 후계자 이름이 붙어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일도 있다.
◆ 이재용폰, 갤럭시S6
삼성전자가 갤럭시S6을 공개한 뒤 갤럭시S6을 이재용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개발단계에서부터 양산과정까지 직접 지휘해 갤럭시S6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의 아이폰6에 밀려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개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갤럭시S6을 회심의 역작으로 준비했다고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갑작스럽게 삼성전자를 떠맡았다. 갤럭시S6은 이 부회장 체제에서 처음 선보이는 갤럭시S 시리즈인 만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를 사실상 상징하는 제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삼성전자는 갤럭시S6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전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은 잊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갤럭시S6의 개발프로젝트 이름을 프로젝트 제로라고 붙였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일 스페인에서 갤럭시S6을 공개한 자리에서 갤럭시S6을 이재용폰으로 불러도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부회장께 직접 물어보는게 낫지 않겠느냐”면서도 “시장에서 별명을 붙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재용폰으로 불려도 괜찮을 정도로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갤럭시S6 판매 전망에 대해 “팔아봐야 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갤럭시S6 초기 판매량이 5천만 대를 넘을 것이라는 시장조사업체의 예상치가 나왔다는말에 “정말 그런 분석이 나왔나요"라고 반문하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 모하비, 잃었다 다시 찾은 이름 정의선차
기아자동차의 SUV 모하비도 ‘정의선차’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모하비는 지난해 출시 7년 만에 처음으로 1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SUV에 대한 관심과 함께 모하비 판매가 늘어나자 정의선차라는 이미지가 다시 부각됐다.
정 부회장은 평소에 모하비를 즐겨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 변중석 여사 7주기 때도 은색 모하비를 타고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시절 대형 SUV 개발을 목표로 2년5월 동안 23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모하비는 정 부회장이 개발한 첫번째 신차였다. 모하비가 완성되자 정 부회장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직접 모하비 신차발표회에 나서는 등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모하비는 2008년 8900대 판매로 목표인 1만8천 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뒤에도 판매량이 감소해 2010년 5651대까지 줄었다. 그러자 정의선차라는 말은 쑥 들어갔다.
모하비는 최근 캠핑 등 야외활동 증가와 SUV의 강세에 힘입어 수요가 다시 늘어났다. 출시 이후 꾸준히 성능을 개선한 데다 가격이 수입 경쟁차종의 절반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있어 마니아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 덕분에 모하비는 정의선차의 이름을 되찾게 됐다.
정의선차로 불린 차가 모하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출시된 벨로스터 역시 정 부회장의 관심을 받으며 정의선차로 불렸다. 하지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자 별칭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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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 이름 걸고 맞붙는 신동빈맥주와 정용진펍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클라우드 맥주는 흔히 ‘신동빈맥주’로 불린다.
클라우드는 OB와 하이트로 양분된 국내 맥주시장의 견고한 구도를 무너뜨리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로 탄생했다. 신 회장은 클라우드 맥주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덕분에 클라우드는 시장에 안착하며 출시 9개월 만에 1억 병을 판매했다. 지난해 맥주시장 점유율은 3% 수준이지만 4월에 클라우드가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무난하게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10% 안팎까지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맥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자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그룹도 대응했다. 신세계그룹은 롯데에서 클라우드를 앞세워 펍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내자 양조설비를 갖추고 수제맥주를 제공하는 ‘데블스도어’를 열었다.
데블스도어에도 신세계그룹의 후계자인 정용진 부회장의 이름이 붙었다. 데블스도어는 개점 전후 ‘정용진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 부회장이 사실상 수제맥주사업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직접 수제맥주 전문점의 아이디어를 내고 조선호텔 출신 식음료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데블스도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직접 이태원과 강남 맥주전문점들을 방문해 시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이 앞으로 맥주사업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맥주사업이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맥주사업은 자연스레 정 부회장이 책임지고 성공시킨 사례로 손꼽히게 될 것이다.
◆ 구본무폰, 원치 않는 이름이었지만
제품이 오너 이름으로 불리는 데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뒤 내놓은 갤럭시S2도 출시 전 이재용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갤럭시S 후속작에 별칭을 붙이지 않는다고 부인했고 이재용폰이라는이름도 사라졌다.
LG전자가 2012년 플래그십 스마트폰 옵티머스G를 처음 내놓았을 때 구본무폰 또는 회장님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위축된 휴대폰사업의 반전을 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출시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었다. 옵티머스G에 LG전자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그룹 계열사의 역량이 총동원됐다.
그러나 옵티머스G가 구본무폰으로 불리는 데 대해 LG그룹 내부에서 민감한 반응도 있었다. 시장에서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하면 오너의 이미지와 자존심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옵티머스G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도전이었던 점도 작용했다.
그래서 LG전자는 구본무폰이나 회장님폰이라는 말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옵티머스G는 성공을 거두면서 구본무폰이라는 용어는 살아남았다. 옵티머스G 시리즈인 G3이 지난해 출시됐을 때도 일부에서 구본무폰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옵티머스G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면 구본무폰이라는 이름은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오너 이름이 붙은 제품이 실패할 경우 LG전자에서 그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했을 뿐 아니라 후속모델에서도 그런 말이 쓰이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