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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동부그룹 재건과 경영권 승계 모두 성공할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3-15 02: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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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재건과 경영권 승계 모두 성공할까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그룹 제조계열사 재건에 온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재건의 방향을 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에게 동부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부그룹은 이제 재계 17위의 위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동부그룹은 1년 넘게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됐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동부그룹의 핵심 제조계열사 경영권을 잃었다. 또 여러 계열사를 매각했다.

하지만 제조계열사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는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동부CNI는 진행중인 자산매각이 완료되면 약 22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동부CNI는 동부하이텍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데 동부하이텍이 매각되면 2600억 원 규모의 차입금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 제조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의 회사이름을 동부로 바꾸면서 재건과 승계작업을 재촉하고 있다.

동부CNI는 2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이름을 동부로 변경한다. 동부그룹은 본래 동부건설이 쓰는 철제기구를 생산하는 동부를 계열사로 두고 있었는데 이 회사이름을 동부철구로 바꾸고 동부라는 이름을 동부CNI에게 준다.

동부CNI는 IT솔루션회사지만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동부팜한농, 동부라이텍 등의 지분을 보유해 동부그룹 제조계열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동부그룹은 “동부CNI는 동부그룹 제조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만큼 위상에 맞게 이름을 바꾼다”고 밝혔다.

동부CNI의 이름변경은 동부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은 동부CNI의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동부CNI 이름을 동부로 바꾸면서 동부그룹 제조계열사의 지주회사 위상을 분명히 하고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를 밟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동부화재를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로 만드는 작업을 거의 끝냈다. 김남호 부장을 동부화재 최대주주로 만들어 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을 언제든지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 동부CNI의 지배구조 강화

김준기 회장은 김남호 부장이 동부CNI를 지배하고 동부CNI가 동부그룹 제조계열사를 거누리는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동부CNI는 10일 동부로봇이 보유하던 동부대우전자 지분 1.10%를 19억 원에 전량 사들였다. 동부CNI는 이번 매입을 통해 동부대우전자 보유지분을 5.50%에서 6.60%로 늘리며 영향력을 키웠다. 동부로봇은 최근 중국계 자본에 매각이 확정됐다.

  김준기, 동부그룹 재건과 경영권 승계 모두 성공할까  
▲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동부CNI는 이밖에도 동부하이텍(12.39%), 동부팜한농(15.40%), 동부라이텍(11.3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매각이 추진중이다.

동부CNI는 동부그룹의 제조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장은 동부CNI 주식 18.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의 딸인 김주원씨가 지분 10.15% 소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은 3.58%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동부CNI를 중심으로 동부그룹 제조계열사 재정비를 끝냈고 지분상속도 아들 김남호 부장에게 마쳤다. 이제 경영권 승계만 남은 셈이다.

김 회장 일가는 동부제철이나 동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사재출연을 거부했지만 동부CNI에 대해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 회장 일가는 지난해 7월 500억 원의 회사채 상환만기를 앞두고 있던 동부CNI에 사재를 투입했다. 김남호 부장과 김주원씨는 당시 동부CNI가 보유하던 동부팜한농 지분 36.80% 가운데 21.40%를 635억 원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김 회장 일가는 동부CNI의 유동성 위기도 잠재우고 동부팜한농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했다. 김남호 부장은 동부팜한농 보유지분을 7.62%에서 29.1%로, 김주원씨도 2.8%에서 26.20%로 각각 늘렸다.

김 회장은 앞으로 동부하이텍이 매각될 경우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그룹 계열사 지분도 사들인다. 동부그룹과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8월 동부하이텍이 매각될 경우 동부그룹이 확보한 자금 가운데 1천억 원을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그룹 계열사 지분 인수에 쓰기로 합의했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대우전자 지분 18.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밖에도 동부월드(46.53%), 동부라이텍(15.64%) 동부철구(옛 동부, 49.71%)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은 건설과 철강 등 제조업을 통해 동부그룹을 키운 만큼 제조업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김 회장이 금융 계열사 위주로 동부그룹을 재편하더라도 동부CNI를 통해 김남호 부장에게 제조계열사도 물려주려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생존기반 찾는 동부CNI

동부CNI는 27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교육과 연수서비스업, 부동산 관련 사업, 기계제조 판매업, 화학물 제조 운송보관업, 음식료품 제조판매업 등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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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제동 동부CNI 대표이사 부회장
김 회장은 9일 곽제동 동부CIN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곽 부회장은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임원 출신이다. 조현익 전 대우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부사장도 재무담당 사장으로 영입됐다. 회사의 재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동부CNI를 살리기 위해 동부CNI의 핵심사업을 모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동부CNI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

동부CNI는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IT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을 물적분할해 만든 FIS시스템을 지난 1월 비케이에이엔지에 매각했다. 동부CNI는 이 매각으로 900억 원을 확보했다.

동부CNI는 또 전자재료사업을 물적분할해 세운 동부전자재료를 지난 2월 55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매각작업은 1분기 안에 끝난다.

동부CNI는 지난해 146%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두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동부CNI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2655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동부CNI는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금융IT시스템 구축사업을 넓히고 클라우드사업과 사물인터넷 분야에 진출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동부CNI는 지난 1월 구글이 제공하는 클라우드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이 여러 업무를 연동해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기업용 클라우드 포털서비스를 시작했다. 동부CNI는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클라우드서비스중개(CSB)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계약도 맺었다.

동부CNI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예년 수준의 영업이익이 나오고 있다”며 “기존 고객회사와 순조롭게 재계약을 진행중이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부CNI에게 동부하이텍 매각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동부하이텍이 매각돼 동부CNI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2.43%를 현금화해야 부채상환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동부하이텍은 지난해부터 계속 매각이 무산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재건과 경영권 승계 모두 성공할까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17일부터 2일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동부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임원워크샵에서 강연하고 있다.

◆ 동부그룹 제조계열사는 왜 만신창이가 됐나


김준기 회장은 2013년 11월 동부그룹 계열사 일부를 매각하고 주요 계열사의 자산도 판다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동부그룹은 1년4월이 흐른 지금 양대 제조업계열사였던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을 모두 잃었다. 다른 제조계열사 상당수도 동부그룹의 품을 떠났다.

동부그룹의 모태기업인 동부건설은 조만간 동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된다. 산업은행 등 동부건설 채권단은 오는 4월 초 채권자집회를 열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주식을 무상감자하는 안건을 심의한다. 무상감자 비율은 100대1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대학생 시절인 1969년 동부건설의 전신인 미륭건설을 창립한 뒤 이 회사를 기반으로 동부그룹을 키웠다. 동부건설은 시공능력 평가순위 25위에 이르는 대형건설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동부건설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동부건설 지분 23.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부CNI가 지분 15.55%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남호 부장도 4.05%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동부건설이 100대1 비율로 무상감자를 받게 되면 지분은 1%대 미만으로 떨어진다.

김 회장은 동부건설 경영권을 잃게 되는 셈이다. 동부그룹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희망하지만 김 회장 일가가 동부건설에 사재를 출연하지 않아 그 가능성은 낮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동부제철의 경영권도 상실했다. 동부제철 채권단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주식을 100대1 비율로 무상감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김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36.88%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김 회장은 1984년 동부제철의 전신인 동진제강을 인수하면서 철강사업에 뛰어들었다. 동부제철은 자금난을 겪다 지난해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매각하는 방안이 실패하면서 그해 7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동부메탈은 지난 5일 회사채 채권자들이 상환시기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됐다. 동부LED는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동부발전당진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SK가스에게 팔렸다. 동부특수강과 동부익스프레스는 각각 현대제철과 KTB프라이빗에쿼티(PE)에게 넘어갔다. 세 회사 모두 초기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됐다.

김 회장은 이를 놓고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책임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산업은행에 적극 협조했으며 구조조정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 비판했다. 홍기택 회장은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장한 자산가격이 시장의 평가가격과 차이가 컸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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