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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3월14일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46회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뉴시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년 전 CEO후보추천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포스코 회장에 낙점됐다. 권 회장이 강조한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공약이 추천위원들의 마음을 샀다.
권 회장은 포스코에서 오로지 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만 활동했다. 권 회장은 취임 전부터 그를 따라다니던 경영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영능력을 닦아 나가겠다”고 대답해 왔다.
권 회장은 포스코를 이끈 지 만 1년이 됐다. 기술자 권오준이 아닌 경영인 권오준의 포스코는 어떤 모습일까?
◆ 취임 1년 인사제도 개편
권오준 회장이 올해에도 인사제도의 혁신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12일 권 회장이 계열사의 인사체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1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계열사들이 각각 다르게 사용하는 직급체계를 통합하기로 했다. 앞으로 포스코 계열사의 임직원들은 13단계로 분류되는 직급체계의 적용을 받는다. 제각각이었던 계열사의 직위와 직책도 통일된다.
또 소속 법인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와 함께 전문임원과 경영임원을 나눠 육성하는 포스코의 '듀얼래더'(Dual Ladder) 체계를 계열사와 해외법인에도 확대적용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성과에 따른 연봉의 차등폭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봉제 직원의 경우 고과평가에 따라 최상위인 S등급부터 D등급까지로 분류되는데 이 가운데 B등급과 최상위인 S등급을 받은 직원이 받는 연봉의 차이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성과에 보상하는 원칙을 뿌리내리게 해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권오준 회장은 "임직원 모두 업무에 몰입하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룹 통합직급체계를 구축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선진기업에 걸맞은 인사제도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인적쇄신해 온 1년
권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전 큰 폭의 인사와 함께 조직 통폐합을 실시했다.
우선 5명의 사내이사 가운데 4명을 교체했다.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모든 사내이사를 계열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채웠다.
권 회장은 얼마 뒤 포스코 계열 상장사 6곳 가운데 5곳의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ICT, 포스코켐텍, 포스코엠텍, 포스코플랜텍의 대표이사가 무더기로 물러났다. 상장사 가운데 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포스코강판만 교체를 피했다.
권 회장은 인사를 통해 성과와 전문성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성과가 분명한 대표는 유임시켰고 해당 계열사 출신이 신임 대표로 추천되던 관행을 없앴다. 전문성이 인정되면 다른 계열사나 아예 외부 출신도 대표로 앉혔다.
권 회장은 회장 직속의 가치경영실도 신설했다. 경험 부족을 보완하고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가치경영실은 지난 1년 동안 계열사의 핵심전략 수립과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기존 6개였던 사업부문도 4개 본부제로 개편했다.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이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됐다. 사업분야별로 운영되던 조직을 철강사업과 생산 등 핵심기능 위주로 재편해 본연의 철강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기획, 구매 등 지원업무를 맡는 임원도 30여 명에서 14명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
권 회장은 취임 직후 기본급의 30%를 반납했다. 임원이 앞장서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권 회장이 반납의사를 밝힌 뒤 임원 전원이 자율적 급여 반납운동에 동참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취임 뒤 첫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라는 포스코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제시했다.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의 소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이다. 두 제철소 소장이 동시에 교체된 것은 2004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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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 절반의 성공,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중
권 회장은 지난 1월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어떤 사업이라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힌 뒤 1년 안에 다시 한 번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부터 주력인 철강을 제외한 비핵심사업과 부동산 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특수강과 포스화인 등 비핵심 계열사와 대우마산백화점,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2조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통해 1조 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려고 한다.
권 회장은 지난해 세운 구조조정 계획 30건 가운데 11건을 정리했다. 권 회장은 나머지도 올해 안으로 성과를 내려고 한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시에 있는 롯데마트 건물과 부지를 180억 원에 매각하기 위해 롯데쇼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매각을 통해 세금이나 유지관리비 등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권 회장은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에너지가 기업공개 후보에 올라있다.
최근 권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는 포스코건설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투자가 완료되면 포스코는 약 1조 원의 현금을 확보한다.
하지만 권 회장의 재무구조 개선 성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포스코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조4300억 원 정도인데 2013년 말에 비해 오히려 1조 원 이상 늘었다. 7조 원대였던 현금성 자산도 5조 원대로 떨어졌다.
현재 매각을 추진중인 사안은 많지만 실제 매각이 완료된 사안은 많지 않은 데다 매각이 끝난 사업도 현금이 포스코 수중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현재 포스코-우루과이, 부산 센트럴스퀘어,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 호주 구리광산 샌드파이어 지분, 광양 LNG터미널 지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광양 LNG터미널 지분 매각은 이르면 다음 달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현재 매각주관사인 도이치증권과 협의해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안에 광양 LNG터미널 지분을 팔아 5천억 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시장에서 최소 20여 개 후보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매각대상은 언제 매각이 추진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