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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3월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46회 포스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선임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뉴시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았다. 권 회장은 지난 한 해 동안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등 성과를 내기 위한 토대를 닦는 데 주력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열린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당기순이익을 2조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철강경기 전망은 어둡다. 세계적 철강재 수요감소와 공급과잉, 특히 중국산 저가공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회장 스스로 포스코가 창업 이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
포스코는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2천억 원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권 회장은 대신 자동차강판사업을 주축으로 파이넥스(FINEX) 공법 수출과 리튬, 니켈 등 신소재사업을 바탕으로 포스코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 제품 수출기업에서 기술 수출기업으로
포스코는 중국에 ‘파이넥스(FINEX)’공법 수출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공법을 수출하고 기술사용료를 받게 된다. 단순히 철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을 만드는 기술을 수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포스코는 2013년 중국의 ‘충칭강철’과 300만 톤 규모의 파이넥스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충칭강철과 절반씩 투자해 만드는 합작법인에 파이넥스 기술을 팔아 투자비의 3~5%를 기술사용료로 받기로 했다.
포스코는 이미 사업타당성과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뒤 중국 중앙정부의 최종승인을 남겨놓고 있다.
포스코가 파이넥스기술을 적용한 제철소를 해외에 건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이넥스공법은 그동안 정부규제에 묶여 수출이 어려웠지만 중국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가로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앞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지역에도 파이넥스공법을 수출하기로 했다.
이미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총리 등은 올해 초 권 회장과 만나 파이넥스공법 수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란정부도 포스코에 공문을 보내 파이넥스공법의 수입의사를 밝혔다.
인도 최대의 국영제철회사 ‘세일’의 챈드라 버마 회장은 이달 안에 한국을 직접 찾아 파이넥스공법에 대해 논의한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약 5천억 원을 투자해 파이넥스공법을 개발했다. 파이넥스공법은 공정을 간소화해 낮은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다. 환경오염도 적어 차세대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추세도 파이넥스공법 수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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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6일 전남 광양 페로니켈공장에서 열린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
◆ 신소재분야, 상업화 단계로
권오준 회장은 철을 제외한 신소재 분야에서도 그동안 쌓은 독자기술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기로 했다. 그동안 연구개발에 집중해 고유의 기술을 쌓아왔다면 이제 그 기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특히 리튬과 니켈을 직접 지목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시대를 대비해 리튬전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탄산리튬을 연간 200톤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의 준공식을 열었다.
이 추출기술은 포스코가 2010년 개발한 기술이다. 추출에 평균 12~18개월이 걸리던 것을 8시간, 길어야 한 달로 줄였다.
이 공장은 올해 안에 상업생산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도 지난달 “아르헨티나 리튬 개발사업이 상업화 단계에 거의 임박했다”고 밝혔다.
니켈 역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이달 초 전남 광양에 독자기술로 니켈을 뽑아낼 수 있는 페로니켈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니켈광산-니켈제련-스테인리스 제조까지 이어지는 일관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안에 상업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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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의 마그네슘 판재가 적용되는 '포르쉐 911 GT3 RS' |
포스코의 마그네슘 판재도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가 만든 마그네슘 판재는 세계 최초로 양산차 외관재로 사용된다. 독일 자동차회사 ‘포르쉐’는 오는 5월 출시할 고성능 스포츠카 ‘911 GT3 RS’ 지붕에 포스코가 생산한 마그네슘 판재를 적용한다.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가 신형 SM7에 마그네숨 판재를 내장재로 적용한 데 이어 외장재로도 사용되면서 앞으로 마그네슘 소재의 부품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그네슘은 차량경량화의 핵심소재다. 마그네슘 판재는 철강재보다 60%, 알루미늄보다 30%가량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연비 문제로 차량경량화에 힘쓰면서 마그네슘 판재에 대한 수요도 늘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07년부터 마그네슘 판재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조직과 사업전략을 재편해 마그네슘 소재의 자동차부품 적용을 늘릴 수 있도록 원가 경쟁력과 기술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 해외로 간다
권 회장은 지난 1월 올해 첫 출장지로 인도를 선택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인도 오디샤주 제철소 건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권 회장은 당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이 사업에 관한 협조를 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오디샤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120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주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와 광업권 허가 문제로 아직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권 회장은 제철소 건립을 무조건 추진하기보다 현지 기업들과 손잡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지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인도 최대의 국영제철회사 세일을 포함한 현지기업들과 광범위한 합작사업을 펼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인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강판의 판매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권 회장은 우선 현지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한 뒤 제철소 건립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기업이 제철소를 짓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데 대한 반감부터 줄인다는 것이다.
오디샤주 제철소가 생산에 들어가면 포스코의 전체 생산량은 현재 3600만 톤 수준에서 4800만 톤에 이르게 된다.
권 회장은 중동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권 회장은 최근 박 대통령 순방에 동행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총재를 만나 건설, 자동차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부펀드가 포스코건설 지분을 10억 달러 이상 사들이고 포스코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동참하기로 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를 통해 앞으로 중동지역 전체 건설시장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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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간담회와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 수익성 높은 자동차강판사업 투자 확대
지난해 계열사를 제외한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8%를 기록했다. 2013년의 7.3%보다 소폭 개선됐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율도 30.9%에서 33.3%로 높아졌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높아진 것은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제품 판매를 늘리는 등 내실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다.
특히 포스코는 자동차강판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강판은 포스코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강판을 얇게 만들면 안전성이 떨어지고, 안전을 위해 두껍게 만들면 자동차의 연비가 낮아진다.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이다 보니 수익성도 높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생산규모는 전체 생산량의 24%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강판이 포스코를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포스코는 지난해 817만 톤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했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판매량이 800만 톤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포스코는 유럽의 아르셀로미탈, 일본의 신일철주금과 함께 글로벌 ‘빅3’ 자동차강판업체로 급부상했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혼다, 르노닛산, 포드, 피아트 등 15개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에도 자동차강판을 전량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 해 쌍용차에 4200톤 가량의 자동차강판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티볼리의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공급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강판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광양제철소에 3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일곱 번째 자동차강판 라인을 신설한다. 올 상반기 착공에 돌입해 2017년 상반기에 준공한다. 생산규모는 50만 톤이다.
포스코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자동차회사가 출범하면 자동차강판을 납품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자동차회사에 6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보유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