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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바 모터쇼에 참석한 이유일 쌍용차 사장이 3일 티볼리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오랜만에 소형SUV 티볼리라는 히트 자동차를 내놓았다.
쌍용차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와 같다.
티볼리는 내수시장에서 안착했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돼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
쌍용차는 티볼리를 통해 SUV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쌍용차의 독자생존 희망도 만들어 냈다.
그러나 티볼리만으로 미흡하다. 티볼리는 소형SUV라 쌍용차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쌍용차가 SUV 명가로서 위상을 다질 때 비로소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하게 된 이유일 사장과 이 사장을 이어 후임 사장으로 내정된 최종식 부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사장은 쌍용차를 ‘한국의 랜드로버’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되려면 앞으로 대형SUV도 내놓아 브랜드 파워를 다져야 한다. 또 신형 차량을 개발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모기업인 마힌드라&마힌드라의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 티볼리 흥행 이을 신차 출시할 수 있나
4일 쌍용차에 따르면 쌍용차가 4년 만에 발표한 신차인 소형SUV 티볼리가 1월과 2월에 모두 5210대가 판매되며 내수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이유일 사장은 티볼리의 흥행을 해외시장에서도 이어가려고 한다. 이 사장은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제네바 모터쇼‘에 직접 참석해 티볼리 홍보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3일 “티볼리는 6월 판매를 시작하는데 유럽 반응이 좋을 것”이라며 “올해 서유럽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2천 대 증가한 1만7천 대로 잡았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올해 6월 티볼리 디젤모델을 출시하고 연말에 롱바디모델을 출시해 티볼리의 상승세를 이어가기로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디젤모델은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친환경 고연비 차량이 될 것”이라며 “롱바디모델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인 티볼리의 고객층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볼리의 성공은 쌍용차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쌍용차의 실적개선에 얼마나 공헌할지 미지수다. 티볼리의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일 사장은 쌍용차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수익성이 높은 신차를 계속 출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사장은 “티볼리는 수익성이 낮은 B세그먼트”라며 “고부가가치 프리미엄SUV를 내년 말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내년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신차는 지난해 티볼리와 함께 공개됐던 콘셉트카 'Y400'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에 따르면 Y400은 기존 코란도 시리즈와 티볼리가 각각 2.0리터와 1.6리터 엔진을 탑재한 것과 달리 2.7리터 대형엔진을 탑재한 프리미엄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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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가 해외영업 전문가인 최종식 사장 내정자(오른쪽)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뉴시스> |
◆ 쌍용차, 해외시장 얼마나 넓힐 수 있나
쌍용차는 지난해 14만1047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14만 대 판매를 넘겼다. 하지만 수출이 급락해 2013년 80억 원 미만까지 낮췄던 적자폭이 지난해 769억 원으로 다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쌍용차가 4년 만에 신차를 출시할 만큼 라인업이 빈약하고 주요 수출시장이 러시아와 그 주변국들에 치우쳐져 있는 점이 약점이라고 지적한다.
이유일 사장은 “티볼리 라인업이 완성되는 2016년 글로벌 판매량 10만 대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신차를 내놓아 라인업을 확대하지 않고 티볼리만으로 쉽지 않은 목표설정이다.
특히 쌍용차의 수출물량 1/3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경제사정이 당분간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 때문에 쌍용차가 다른 지역에서 수출활로를 뚫지 못하면 적자기조가 앞으로 수년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사업구조상 해외시장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로 흑자를 거둘 수 없다”며 “미국 등 아직 진출하지 않은 곳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영업통’ 최종식 사장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
쌍용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에서 몇년째 묶여있다. 쌍용차는 SUV 중심으로 차량을 생산하고 있어 내수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가 독자생존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쌍용차의 자동차 판매량은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이 1대 1.5 정도다.
이 때문에 쌍용차는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최종식 부사장에게 각별한 기대를 걸고 있다. 최 부사장은 현대차 북미지점장과 중국 화태자동차 부사장 등을 두루 거친 ‘해외영업통’이다. 쌍용차 임직원들은 최 부사장이 쌍용차의 해외수출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쌍용차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중국시장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뉴 코란도C'와 ’코란도스포츠‘를 1만2227대 팔았다. 2013년 6312대를 판 데 비해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쌍용차는 오는 4월 중국시장에 티볼리를 내놓는다. 쌍용차는 중국에서 티볼리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중국 수출이 1만2천 대에서 2017년까지 4만여 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가 승용차생산업체인 ‘사브’(SAAB)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미국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점도 쌍용차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는 미국 SUV시장 공략을 위해 쌍용차를 앞세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한국차 브랜드는 해외시장에서 좋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 만큼 쌍용차로 미국 SUV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일 부사장도 “미국시장 진출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컨설팅 회사와 1차 검토를 마쳤고 2, 3단계 검토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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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13일 열린 쌍용차 티볼리 신차 발표회에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이유일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 쌍용차의 마힌드라 딜레마
이유일 사장은 쌍용차가 독자생존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마힌드라로부터 간섭받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마힌드라가 대주주이지만 쌍용차는 한국에서 자리잡은 한국 자동차회사”라며 “우리가 생산한 엔진과 미션을 장착해 해외시장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가 신차 라인업을 꾸준히 늘리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면 마힌드라의 자금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인 점은 쌍용차와 마힌드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힌드라는 쌍용차가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SUV 개발능력과 과거 쌍용차가 벤츠와 협업하면서 습득한 디젤엔진 기술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은 최근 “지금 현재 두 회사는 6종의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힌드라의 자금지원은 쌍용차로서 절실하다.
이유일 사장은 "3년 동안 신차개발에 드는 1조 원을 우선 내부적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면서도 ”만일 필요하다면 마힌드라에 어떤 형태든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힌드라는 2013년 쌍용차에 유상증자 형식으로 8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마힌드라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모두 1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의장은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쌍용차에 앞으로 3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투자가 이뤄져 쌍용차가 신차 라인업을 확대해 SUV의 명가로 도약할 수 있다면 쌍용차의 독자생존의 길은 넓어진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투자약속이 실제로 지켜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투자계획과 관련해서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쌍용차, 한국의 ‘랜드로버’가 될 수 있을까
이유일 사장은 지난해 4월 “쌍용차를 한국의 랜드로버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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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 |
랜드로버는 1967년 ‘레인랜드‘를 시작으로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 ’BMW‘, ’포드‘를 거쳐 2008년 인도의 ’타타자동차‘에 인수될 때까지 모두 5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쌍용차가 걸어온 운명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이렇게 주인이 바뀌어도 랜드로버는 아직까지 글로벌 SUV시장에서 가장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회사의 역량을 튼튼하고 험지 주행성능이 뛰어난 SUV에 쏟아부었다.
랜드로버는 그 결과 디자인이 투박하고 평지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영국군용 차량으로 채택될 만큼 SUV 본연의 성능은 인정받을 수 있었다.
랜드로버는 현재 ‘디펜더’,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등의 프리미엄 SUV를 바탕으로 지프(JEEP)와 함께 글로벌 SUV 최강자 가운데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쌍용차도 랜드로버처럼 글로벌 SUV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SUV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쌍용차는 이를 위해 앞으로 개발할 프리미엄급 SUV에 ‘프레임방식'을 적용해 차별성을 얻으려고 한다. 프레임방식은 프레임과 차체를 분리하는 것으로 차체의 무게는 증가하지만 험지 주행성능이 우수하다.
쌍용차는 렉스턴을 프레임방식으로 만들고 있는데 내년 말 내놓을 예정인 Y400도 프레임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Y400에 대해 “프레임방식으로 만들 경우 모노코크보다 연비가 안 좋지만 오프로드에서 주행성능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