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에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돼 있다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어떻게 대처할까?
국민연금은 현재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을 뼈대로 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는데 앞으로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면서 현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 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적극적 의결권 행사 등 위탁자금과 관련해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명시한 지침으로 보건복지부는 7월을 목표로 국민연금에 스튜어디십코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 제시, 기업 지배구조 관련한 제도 개선 요구 등 다양한 유형의 주주 활동을 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최종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은 현존하는 이해상충을 최소화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주주들의 이해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심하고 있다.
투자업계는 애초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의 합병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지만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 주요 의결권자문사들이 반대의견을 내놓으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합병안의 주총 통과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 하지만 역할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합병안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수동적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의 변화나 추가적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면서 지금보다 능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 할 수 있는 주주 활동은 특정회사를 대상으로 한 질의서·의견서 송부 등 서신 교환, 투자회사의 이사회·경영진과 미팅, 공개서한 발송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현재 상황에서는 공개서한을 발송해 주주환원 정책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16일 “주주 친화정책과 관련한 주주들의 귀한 의견도 신중히 듣고 있다”며 “지금까지 공개된 주주 친화정책이 전부는 아니며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최근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주주 환원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현대차그룹은 아직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에 주주 환원정책의 구체적 방안을 요구하는 동시에 수용 여부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달리 행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의사결정의 명분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고려해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최종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책임있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주주활동 관련 사항은 적시 공개를 원칙으로 삼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