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2018년 투자한 세계 3위 낸드플래시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의 주가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향후 보유 지분을 매각할지, 지분 유지를 통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구글 제미나이>
키옥시아의 주가가 공모가(주당 1455엔) 대비 약 27배(38230엔) 오른 상황에서 지분 청산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 회수와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비롯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분을 유지하는 전략 모두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정부의 반도체 안보 기조와 과거 투자 당시 맺은 약정 등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경영권을 인수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14.17%)의 평가 가치는 이날 기준 약 3조4600억 엔(약 30조6511억 원)에 이른다.
앞서 6월 키옥시아의 최대주주였던 베인캐피털이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며 약 2조5천억 엔(약 22조 원) 규모의 매각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1대 주주로 올라선 도시바(15.1%)와 2대 주주인 SK하이닉스의 지분율 격차는 약 0.93%포인트로 좁혀졌다.
도시바 역시 최근 키옥시아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1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시바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은 3월 18.52%에서 5월 16.10%, 7월15일 기준 15.10%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을 소유한 베인캐피털 특수목적법인(SPC)의 실질적 투자자다.
SK하이닉스는 투자 당시 SPC에 약 3950억 엔을 출자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주식 전환 권리가 부여된 전환사채(CB)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의결권이 없지만, 각국 경쟁당국 승인을 거쳐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14.17%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된다.
SK하이닉스는 우선 키옥시아 지분 청산을 통한 현금성 자산 확보가 가능하다. 이미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키옥시아 지분 매각 평가 과정에서 상당한 장부상 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베인과 키옥시아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3조9000억 원 가운데 SPC1 관련 지분 매각 건이 6월 완료됐다"며 "그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40조 원에 육박하는 누적 이익이 인식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키옥시아 지분 매각 대금이 반영된 영업외이익이 62조1660억 원이라고 밝혔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향후 주주환원과 설비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산분할 판결에 따른 자금 마련 필요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배당 확대를 위해 키옥시아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한다.
▲ 키옥시아는 두 차례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의결권 행사가 일반 주주의 이해 관계와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SK하이닉스가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절차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2위 사업자다. 과거 인텔의 낸드 사업부(현 솔리다임)를 인수하며 5위권에서 단숨에 2위권 사업자로 도약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학습형에서 추론형으로 진화함에 따라 고성능 낸드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낸드 3위 업체인 키옥시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성공기를 다룬 책 '슈퍼모멘텀'에는 "최 회장의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공략은 종합 메모리 솔루션 기업을 염두에 둔 여러 초석을 깔고 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또 키옥시아가 2027년 4~5월경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미국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만큼, 지분 보유를 통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키옥시아의 경영권 인수 단계까지 진입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높아 보인다.
우선 일본 정부의 승인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2024년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한 전례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자국 첨단기술 보호 기조와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상당해 쉽사리 키옥시아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가 실제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했던 2018년에도 협상의 열쇠를 쥔 일본 경제산업성은 국가 안보와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해외 기업의 독자 인수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맺고 간접 투자하는 방향으로 반발을 잠재웠으나, 경영권 직접 확보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투자 당시 10년 동안(2028년까지) 키옥시아 의결권을 15% 이상 보유하지 않는다고 약정했다.
그럼에도 키옥시아는 SK하이닉스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키옥시아는 지난 6월 유가증권보고서 공시를 통해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의결권 행사가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와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는 현재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국가의 독점금지법, 외환법 및 대외거래법에 따른 필요 절차를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