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업황 호조를 반영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시장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에는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호황기가 지속돼도 추가 상승에 시장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커져 주가에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투자자들이 반도체주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관련주 매도세가 한국 증시를 약 3개월만에 최저치로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투자금을 대규모 부채로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CXMT는 27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첫날 466%에 이르는 주가 상승폭을 기록했다.
더 나아가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핵심 장비인 심자외선(DUV) 장치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기술 규제 영향에서 벗어났다는 정황도 파악돼 시장에 불안을 키웠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인공지능 기업들이 자금을 서로 투자하고 지원하며 산업 성장을 이끄는 지금의 시장 구조에 관련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부각됐다.
가디언은 “인공지능 산업의 순환 투자 구조에 시장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형태가 지속가능할지를 두고 의문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키미 K3’과 같은 중국 기업의 고성능 인공지능 출시도 한국과 미국 반도체주 및 기술주 전반에 악재로 지목됐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중국에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성장세가 위축되고 반도체 수요도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엔비디아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일제히 크게 하락한 배경은 이러한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현재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 급증에 힘입어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러한 대형 고객사를 제외한다면 메모리반도체의 가파른 가격 상승을 받아들일 만한 기업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2분기에만 두 배 수준으로 오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제품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따라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폭이 10~15% 안팎으로 시장 예상치의 절반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투자기관 제프리스의 분석을 전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지금보다 낮아지기는 어렵겠지만 가격 상승세는 예상보다 빨리 정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프리스는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2026년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2027년에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2027년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미국 내 인공지능 기업들의 투자가 최대 2조 달러(약 2909조 원) 안팎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제프리스는 빅테크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업들이 이러한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고려한다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2027년 실적도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크고 이는 자연히 큰 폭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된다고 해도 시장의 기대치가 이미 지나치게 높아진 만큼 관련 기업 주가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그동안 반도체 호황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측을 반영해 상승해 온 만큼 최근의 조정 뒤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가디언도 투자기관 AJ벨의 분석을 인용해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되는 막대한 자금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은 이미 수 개월에 걸쳐 누적돼 왔다”고 보도했다.
AJ벨의 대니 휴슨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금을 어디에 쓰는지, 또 이는 실제 성과로 돌아오고 있는지 엄격하게 파악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