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수입차 제조사들이 차량을 미리 등록한 뒤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관행으로, 자동차에 하자가 발견돼도 교환·환불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차량을 인도받자마자 외관이나 기능상 하자를 발견해도 수입차 제조사에서는 수리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폭스바겐 출고 전 하자에도 "교환·환불 불가", 수입차 '선등록 관행'에 소비자만 피해

▲ 수입차 제조사들이 차량을 미리 등록한 뒤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하자가 있어도 교환·환불을 받을 수 없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4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가 나서서 소비자가 검수를 끝내야만 자동차 등록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입차 제조사들이 차량을 등록한 이후에 소비자 인도를 진행하는 것이 관행처럼 계속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신차를 인도받은 소비자 사이에서는 초기 품질 불량과 관련한 불만이 흔하다. 루프글라스가 깨져있는 경우도 있고, 차량 곳곳에 흠집이나 얼룩이 발견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코리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테슬라코리아는 소비자 인도 전에 품질 검사를 하는 팀이 없느냐”는 지적을 하는 글도 꾸준히 올라오는 상황이다.

테슬라코리아의 대응 방식도 소비자 불만을 키우고 있다.

최근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를 구매한 A씨는 탁송으로 차량을 받은 이후 외관 곳곳에서 얼룩과 흠집을 발견했다. 테슬라코리아에 문의하자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켜 수리를 받으라는 답변을 받았다.

서비스센터 수리도 차량을 받고 24시간 안에 접수해야 무상으로 처리된다. 24시간이 지나면 수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테슬라코리아는 탁송 과정에서 차량이 찌그러지는 사고가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차주가 한 번도 운전하지 않은 차량이 찌그러졌음에도 인수 거절을 하지 못하고 수리한 뒤 이용해야 한다.

폭스바겐코리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B씨는 6월 말 폭스바겐 준중형 전기 SUV ID.4를 인도받았다. 차량을 받기로 한 날 딜러에게 전화가 와서 “검수 중에 차량에 경고등이 점멸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알렸다. B씨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연락달라고 답변했다.

며칠 후 딜러에게 다시 연락이 와 “소프트웨어 문제인 것으로 보이는데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괜찮을 것”이라고 해 B씨는 차량을 인수했다.
 
테슬라·폭스바겐 출고 전 하자에도 "교환·환불 불가", 수입차 '선등록 관행'에 소비자만 피해

▲ 폭스바겐코리아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 <폭스바겐코리아>


하지만 B씨가 차량을 이용하는 동안 경고등이 계속 켜졌고, 서비스센터에 입고한 뒤 배터리 냉각 모터 쪽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B씨는 딜러사에 연락해 전기차 배터리 냉각 관련 부품에 문제가 있는 차량을 타고 싶지 않으니 다른 차량으로 교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딜러사는 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왔다.

수입차 제조사들이 교환·환불을 거부하는 문제는 차량 등록 절차에서 시작된다.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따르면 소비자가 차량 등록을 해야 자동차 소유권이 넘어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산차를 구입하면 보통 차량 인도 전 소비자가 검수를 끝낸 뒤 보험 등록과 차량 등록이 진행된다. 소비자가 검수하는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되면 아직 소유권이 넘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인수를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입차들은 미리 보험 등록과 차량 등록, 번호판 장착까지 끝낸 뒤 소비자에게 차량을 넘긴다. 이 때문에 차량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이전됐으니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토부에서는 레몬법(자동차관리법)과 관련한 교환·환불 문제에 대해서만 개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내에 2019년 도입된 레몬법은 신차 구입 뒤 1년 안에 중대 결함 2회 또는 일반 결함 3회가 발생하면 차량 판매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수입차 제조사들에 표시하는 불만은 레몬법과 다른 문제다. 신차를 인도받기 전부터 외관이나 시스템에 하자가 있었음에도 인수를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제 교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사이에서는 국회가 나서서 수입차들도 소비자들이 먼저 검수한 뒤 차량 인도를 거절하거나 7일 안에는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수입차가 차량 등록 후 번호판까지 부착해 인도하는 것은 너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문제”라며 “소비자가 선등록을 거절할 수 없는 구조로 판매가 이뤄지는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