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과 SMR 전력 수요 급증한 동남아서 대안으로 주목, "미국 러시아보다 나은 선택지" 

▲ 경비원이 2022년 4월5일 필리핀 루손섬 남부 바탄 반도에 있는 바탄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바탄 원전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뒤 건설이 중단됐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동남아시아에서 미국과 러시아를 대신할 원전 협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재래식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모두 제조 경쟁력을 갖춰 지정학 우려가 있는 러시아나 제조 역량이 열세인 미국보다 나은 선택지로 꼽혔다.

2일(현지시각) 호주 학술 네트워크인 동아시아포럼(EAF)은 “한국은 동남아시아에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쑤에 쏭 중국 푸단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 부교수의 기고문을 전했다.

한국이 소형모듈원자로를 포함해 검증된 원전 기술과 경쟁력 있는 건설 비용, 수출금융을 갖추면서 지정학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소형모듈원자로는 모듈 형태로 만들어 설치·운영하는 원자로로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현장에서 조립해 건설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통 원전 강국인 러시아의 국영 기업 로사톰은 서방으로부터의 경제 제재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10일 원자력을 비롯한 러시아의 에너지 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원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로사톰의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직원을 경제 제재 목록에 올렸다. 

미국은 1979년 3월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30년 넘게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아 제조 경험이 부족하다고 분석됐다. 미국 정부가 원전 수출을 엄격히 규제한다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됐다. 

이에 한국이 동남아시아에 원전을 공급할 수 있는 후보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쏭 부교수는 “이러한 제약 조건은 한국에 기회를 제공한다”고 바라봤다. 

미국 싱크탱크 국립아시아연구국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에서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없다.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국가는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확대, 전기화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원자력 발전소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원전을 도입하려면 안전성과 비용뿐 아니라 금융, 규제 역량, 전문인력, 지정학적 위험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한국이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4기를 건설한 경험은 복잡한 해외 원전 사업을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당시 현대건설과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컨소시엄을 꾸려 바라카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이렇듯 정부와 공기업,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일명 ‘팀 코리아’ 방식으로 원전을 수출하면 건설뿐 아니라 금융 지원과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함께 제공해 원전 도입에 필요한 제도적·재정적 기반이 부족한 국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동남아 각국과 맞춤형 원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걸림돌인 필리핀을 상대로 한국수출입은행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장기 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가 부족한 베트남과는 기술 이전과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과 소형모듈원자로 협력 협정도 각각 올해 3월과 지난해 6월 체결했다.

다만 쏭 부교수는 “한국 원전 수출도 미국이 좌지우지한다는 약점이 있다”며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과 2025년 1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법적 합의에 따라 한국의 원전 수출은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수출 통제 영향권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