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반도체 호황기가 강력해지며 미국 정부가 파운드리 중심으로 추진하던 반도체 지원법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 사진. <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공장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투자 보조금과 관세 압박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미국이 처음 반도체 산업 재건을 추진할 때 메모리반도체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며 “그러나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떠오른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한 반도체 과학법(CHIPS Act)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기업에 390억 달러(약 53조 원)의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당초 대부분의 자금은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파운드리 공장에 배정됐다. 대만에 집중된 첨단 미세공정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에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목표가 반영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공장 건설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고 전했다. 2023년 벌어진 메모리 공급 과잉과 업황 악화의 여파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에 D램과 낸드플래시,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병목현상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빠르게 달라졌다.
블룸버그는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은 이제 사실상 금광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이 중심이 됐다”고 전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 사태가 심화하자 2035년까지 미국에 2500억 달러(약 340조 원)를 들여 현지 생산 공장을 대거 증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의 투자에 62억 달러(약 8조 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원점에서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지원법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의 투자를 주로 염두에 두고 추진되었던 만큼 메모리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진 현재 상황과 다소 어긋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도 8월 말 착공한 미국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징 설비에 미국 정부의 보조금 4억5800만 달러(약 6236억 원)를 받기로 했다.
▲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웨이퍼 전시용 제품. <연합뉴스>
해당 설비는 HBM 양산에 활용되는 만큼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HBM 웨이퍼는 한국에서 생산해 들여와야 한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은 엔비디아와 AMD,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사업 성장에 큰 약점으로 남아있다.
자연히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메모리반도체 공장 투자를 유도하는 쪽으로 지원 정책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정부에서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지급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을 정도”라며 “그러나 현재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8월 마이크론의 뉴욕 반도체 공장 건설 기념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 부과 가능성을 재차 검토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는 물론 이를 탑재하는 여러 전자제품에도 수입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2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도 반도체 관세 도입 계획을 언급하며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는 관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미국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사례가 이러한 정책의 성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관세 부과 압박과 보조금 정책을 모두 활용해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힘을 받을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TSMC는 이미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10곳과 패키징 설비 2곳을 짓기로 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유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