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발전 공기업 5사를 하나로 합쳐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의 실행력을 키운다.

정부는 현재 발전사별로 흩어진 인력과 재무·투자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해상풍력 등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석탄발전 폐지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발전 5사 통합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 '100GW 조기달성'에 재무관리 시험대

▲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해 재생에너지 투자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통합 발전사의 재무건전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발전 5사의 기존 중장기 계획상 부채가 2029년 5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제 투자여력 확대로 연결하면서 재무건전성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일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는 가칭 '한국발전'이라는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발전 5사 통합을 통해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규모와 실행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함께 내놨다.

현재 발전 5사는 설비 건설·운영과 연료 수급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연구개발(R&D) 사업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분산된 구조로는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기가와트) 조기 달성 등 에너지전환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발전사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전략적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5월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도 발전공기업의 통합 방향이 제시됐다.

정부는 기존 재생에너지 정책의 한계 가운데 하나로 민간 중심 보급에 따른 공공 역할 부족을 꼽고 석탄발전 위주의 발전공기업 5사 통폐합을 통한 재생 중심 공기업 전환을 공공부문의 과제로 명시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00GW로 확대해 세계 10대 재생에너지 보급 국가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제시해 놓고 있다. 통합 발전사는 이런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공공 실행주체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발전 5사는 연간 500억 원 안팎의 연구개발비와 2천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을 발전사별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5개 회사의 재무구조를 합친다면 투자 여력을 높이고 연료·정비자재 공동구매와 중복 인력 효율화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조직도 에너지전환에 맞춰 바꾼다. 본부에는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를 맡는 '정의로운전환본부'를 설치하고 지역에는 태양광과 육상풍력 등을 담당하는 3~4개 지역 재생에너지본부를 둔다.

통합을 통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것과 함께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은 통합 발전사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0월 정부의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발전 5사의 합산 부채는 2025년 39조1천억 원에서 2029년 52조9천억 원으로 3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 대상 공공기관 35곳의 부채 증가율 17.7%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발전사들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발전설비 확충과 신재생 발전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부채를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발전 5사 통합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 '100GW 조기달성'에 재무관리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발전사를 나눠 운영하는 데 경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발전 5사의 합산 부채비율도 2025년 122.4%에서 2029년 152.1%로 29.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해당 전망은 발전 5사 통합과 올해 확정된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앞서 지난해 수립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기초한 것이다. 정부는 통합 이후 공동구매와 중복인력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발전 5사 통합을 바라보는 정책 판단의 기준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한전 발전부문을 5개 화력발전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분할하고 발전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2010년 정부 의뢰로 진행된 KDI 연구에서도 화력발전사를 3개사로 재편하는 방안과 5사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됐지만 당시 정부는 경쟁 제한 가능성과 재편 비용 등을 고려해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발전 5사 체제를 다시 손보려는 논의는 이재명 정부 들어 본격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전사를 나눠 운영하는 데 실제 경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기후부는 올해 2월 발전공기업의 효율화와 에너지전환 시대 역할 재정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후 5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발전 5사 통폐합 방향이 공식화됐고, 6월 연구용역 중간보고에서는 삼일회계법인이 1사 통합을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권고했다.

25년 전 경쟁을 위해 발전사를 나눴던 정부가 이번에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다시 규모의 경제를 선택한 셈이다. 통합된 조직·재무 역량을 실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비용 절감으로 연결하면서 늘어나는 재무 부담을 관리하는 것이 통합 발전사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