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가 사전통지 없이 이뤄져 위법하다며 법원에 조사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는 2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현장조사 결정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쿠팡 "공정위의 사전통지 없는 현장조사는 위법, 조사 효력 정지해야"

▲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가 사전통지 없이 이뤄져 위법하다며 법원에 조사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쿠팡 사옥 내부. <쿠팡>


쿠팡 측은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앞서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쿠팡 측 대리인단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사전통지가 누락된 채 이뤄진 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관련 현장조사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행정조사기본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달라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할 때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미리 통지하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조사 개시와 동시에 관련 서류를 제시하거나 조사 목적 등을 구두로 통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쿠팡은 이번 현장조사가 이 같은 사전통지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제기한 증거인멸 가능성을 놓고는 조사 당시 구체적으로 고려된 사유가 아니라 이후 제시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쿠팡 측은 현장조사 결정의 효력이 유지되면 조사가 다시 진행되거나 조사 방해를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며 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집행정지의 실익이 없다고 맞섰다.

공정위 측은 당초 현장조사 기간이 8월28일까지였고 쿠팡의 조사 거부로 실질적 조사를 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철수했다며 이미 조사 기간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조사가 행정조사기본법의 사전통지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도 유지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이 공정거래법의 조사 규정을 준용하고 있고 공정위 조사에는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정조사기본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전통지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측은 쿠팡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앞으로 기업들이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현장조사를 중단시키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조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쿠팡 측에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정위에는 현장조사의 법적 성격과 대규모유통업법 조사에 행정조사기본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 등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했다. 쿠팡과 공정위가 일주일 안에 서면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갈등은 공정위가 8월19일 쿠팡의 '가격 맞춤형 쿠폰(PMC)' 비용 전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가격 맞춤형 쿠폰은 쿠팡에서 판매하는 특정 상품 가격이 다른 온라인 쇼핑몰보다 비싸면 자동으로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할인 비용이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추진했다.

공정위는 8월19일부터 21일까지와 24일 등 모두 네 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쿠팡은 조사 7일 전 통지가 없었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쿠팡은 8월21일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은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는 동안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 효력을 9월23일까지 임시로 정지한 상태다. 이는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최종 판단은 아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