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외부 투자자의 입김에서 벗어나 중국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안착시키려 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중국사업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코스맥스이스트에 1100억 원을 대여해 외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CB)를 모두 상환하기로 하면서다. 코스맥스이스트를 상장하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렸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스맥스 투자자 돈 갚고 자회사 상장 압박 벗어, 이병만 중국사업 '제2의 도약' 속도낸다

▲ 코스맥스가 자회사 코스맥스이스트 IPO를 철회한다. 코스맥스이스트는 코스맥스 중국사업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 회사다. 사진은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 <코스맥스>


이병만 부회장으로서는 코스맥스를 통해 외부 투자자의 자금을 갚게 됐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다만 중국사업과 관련한 상장 압박에서 벗어나 본사의 의지대로 중국법인을 운영할 수 있게 된 만큼 '제2의 도약'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일 코스맥스에 따르면 회사는 코스맥스이스트 기업공개(IPO)를 최종 철회하기로 했다.

코스맥스는 1일 이사회를 열고 17일 코스맥스이스트에 1100억 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대여기간은 2029년 12월31일까지로 코스맥스이스트는 코스맥스에 연 4.1%의 이자를 지급한다. 코스맥스는 대여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1천억 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 

코스맥스가 코스맥스이스트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외부 투자자와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코스맥스이스트는 2019년 중국사업 확대를 위해 SV인베스트먼트 측으로부터 828억 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계약에는 일정 기간 내로 회사를 상장하는 조건이 포함됐는데 코스맥스이스트는 2023년 SV인베스트먼트 측에 약 1149억 원을 지급해 투자관계를 정리했다.

대신 같은 해 케이뷰티신성장유한회사로부터 1143억 원을 새로 투자받았다. 해당 계약에도 3년 안에 코스맥스이스트를 코스피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코스맥스이스트가 이르면 2027년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코스맥스는 이후 케이뷰티신성장이 보유한 지분을 정리하면서 코스맥스이스트 지분율을 2024년 말 86.25%에서 지난해 말 97.17%로 높였다. 케이뷰티신성장이 보유하던 지분은 전환사채로 바뀌었다.

다만 본사가 코스맥스이스트에 자금을 대여하고 새로운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지 않기로 하면서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코스맥스이스트의 상장 계획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향후 중국법인의 사업가치는 모회사인 코스맥스에 온전히 반영된다"며 "전환사채 조기 상환으로 중국법인의 금융비용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만 부회장에게도 코스맥스이스트의 상장 부담을 덜어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스맥스 대표로 복귀한 뒤 핵심 해외시장으로 중국을 지목해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코스맥스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23년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25년 코스맥스 대표로 복귀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은 이 부회장이 경영수업을 받았던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2005년 코스맥스차이나 생산본부에 입사해 생산과 물류, 구매 등 중국사업 전반을 경험했다. 이후 코스맥스차이나 마케팅본부장 등을 거치며 현지 사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코스맥스이스트의 기업공개 철회로 중국사업을 모회사가 온전히 진두지휘하게 된 만큼 이 부회장이 추진하는 중국사업의 재도약도 코스맥스의 기업가치와 직접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제2의 도약'을 내건 데에는 코로나19를 전후로 중국사업의 성장세가 한동안 주춤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맥스이스트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6310억 원에서 2022년 5568억 원, 2023년 5474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중국 내수 소비 침체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 2년 연속으로 매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코스맥스이스트 매출은 2024년 5743억 원으로 반등한 데 이어 지난해 6327억 원으로 늘어나며 2021년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이 부회장에게는 매출 회복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코스맥스이스트 영업이익은 2021년 838억 원에서 2022년 397억 원, 2023년 316억 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33억 원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230억 원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2021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코스맥스 투자자 돈 갚고 자회사 상장 압박 벗어, 이병만 중국사업 '제2의 도약' 속도낸다

이병만 부회장은 2025년 코스맥스 대표로 복귀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위치한 코스맥스 본사 전경. <코스맥스>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에서도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사업 매출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순이익은 1분기 17억 원에서 2분기 63억 원으로 늘었다.

코스맥스는 현지에서 색조 제품 주문이 늘고 대형 고객사 매출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중국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중국사업을 다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중국사업의 성장 기반을 다시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맥스이스트는 중국에서 코스맥스차이나(상하이)와 코스맥스광저우를 주요 생산법인으로 두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신사옥을 통해 연구개발과 생산, 마케팅 역량을 한 곳에 모아 현지 고객사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스맥스는 상하이 신좡공업구에 신사옥과 스마트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 가동을 시작한다. 

신사옥이 가동되면 중국 내 연간 생산가능수량(CAPA)은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0억 개에서 약 16억 개로 6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광저우에서는 고객사를 다변화하면서 중국 고객사의 동남아시아 수출 물량을 확보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객사 포트폴리오를 넓힌 성과가 나타나면서 광저우법인 매출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19% 증가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코스맥스는 2004년 국내 화장품 ODM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해 현지 최상위 업체로 자리잡았다"며 "그룹 연구 관계사를 활용해 현지 원료 공급과 제품 개발 역량을 강화하며 중국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