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외 건조 전투함에 한국 일본 튀르키예 저울질, 한화오션 필리조선소로 유리한 고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3월28일 버지니아주 노퍽에 있는 해군 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해군 당국이 한국과 일본 및 튀르키예에서 건조한 전투 호위함 도입을 저울질한다는 관측이 나와 대상국 조선 기업 사이에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을 비롯한 한국 조선 기업은 미국 현지에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방침으로 볼 때,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1일(현지시각) 해군 전문매체 USNI뉴스에 따르면 미 해군은 새로운 호위함급 함정을 도입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일본·튀르키예의 설계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충남급 유도탄 호위함과 일본의 수출형 모가미급 FFM, 튀르키예의 이스탄불급 유도탄 호위함 등이 검토 대상으로 꼽혔다. 

충남급과 모가미급 및 이스탄불급은 각각 한국과 일본, 튀르키예가 독자 개발한 호위함 함급을 뜻하는 용어다. 

특히 조선사가 미국 군함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USNI뉴스는 상황에 정통한 3명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최대 2척의 함정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한 뒤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으로 미국 군함 수주를 놓고 한국 조선사가 일본과 튀르키예와 펼치는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 관계자가 이들 해당 국가와 접촉한 정황도 나온다.

영국 매체 미들이스트아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튀르키예와 함정 부품 공급 및 호위함 건조를 논의했다. 

튀르키예 조선소가 연간 30척 이상의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점이 고려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도 조선업을 전략 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고 2035년까지 1조 엔(약 8조5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을 현재 약 900만 톤에서 1800만 톤으로 확장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론 플랜더스 미국 해군 연구개발 담당 차관보는 USNI뉴스를 통해 “동맹국의 검증된 조선 기술을 활용하자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튀르키예와 일본은 미국 내 조선소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국과의 경쟁에서 약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미국에 조선소를 갖고 있거나 투자한 조선사만 해외 조선소에서 미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데 튀르키예와 일본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13일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번스-톨레프슨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내용의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STM을 비롯한 튀르키예 조선사는 미국 내 방산 관련한 조선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튀르키예 카라데니즈홀딩스의 조선 자회사 카르파워십이 지난해 9월23일 싱가포르 컨소시엄 시트리움리미티드로부터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항 조선소를 인수했지만 이는 해상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민간사업용이다.

일본은 지난해 7월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미국과 맺은 통상 협정에 따라 5500억 달러(약 753조 원)의 대미 투자 대상에 조선업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 2월18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대미 투자 첫 사업 3개에는 일단 조선업 투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오하이오주의 가스 화력발전소 건설과 조지아주의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시설 건설, 텍사스주의 석유·가스 수출 항만 정비 사업이 우선 선정됐는데 조선업 투자는 요원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취업 허가와 비자 발급을 대폭 축소해 일본의 대미 조선업 투자는 수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해외 건조 전투함에 한국 일본 튀르키예 저울질, 한화오션 필리조선소로 유리한 고지 

▲ 미국 해양청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인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2025년 8월2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 정박해 있다. <뉴시스>


미국은 그동안 미국 상선과 군함은 자국 내 기업에서만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법, 번스-톨레프슨법으로 해외 조선소 건조 선박 도입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자국 조선업 생산 역량만으로는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에 필요한 함정을 제때 건조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해외 조선소까지 선택지에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제한에 따라 한국 조선사도 그동안 선박을 유지·보수·정비(MRO)하는 수준으로 미국 해군과 협력했는데 국내에서 전투함까지 건조해 인도할 길이 열린 것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 각서 조건에 부합하고 호위함 건조 능력도 갖춘 한화오션이 유력한 수주 후보로 떠오른다.

한화오션은 계열사 한화시스템과 함께 2024년 12월2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노르웨이 아커사로부터 1억 달러(약 1360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필리조선소는 지난 7월17일 미국 미사일방어청이 발주한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또한 한화오션을 비롯한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는 앞으로 미국 내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을 세워뒀다.

아직 투자 사례가 없는 튀르키예나 일본과 비교해 미국 방산 조선 시장 진입 기반을 구축하고 성과를 낸 셈이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달 21일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및 지분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대미 투자를 준비하는 일본이나 HD현대중공업 등과 비교하면 한화오션이 한발 앞서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조선소에서 미군 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이 조건을 맞춘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보도에서 “부족한 함정 건조 능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트럼프 정부로서는 동맹국 조선업체와의 협력이 필수”라며 “한국은 이 같은 구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