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기업에 C레벨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프리인터뷰를 진행할 때 꼭 확인하는 것이 있다. 이력서에 적힌 성과 가운데 실제로 본인이 만들어낸 몫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진짜로 자신의 손으로 변화를 만들어 낸 사람일수록 성과를 단순히 자신의 공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시장환경의 영향, 조직의 지원, 팀의 기여를 함께 언급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판단을 내렸고 무엇을 바꿨는지를 분명히 설명한다. 반대로 모든 성과를 자신의 판단과 리더십에서 나온 것처럼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컨설팅리포트] 고액연봉의 C레벨을 가르는 핵심기준은 '성과의 재현' 가능성

▲ 이효영 커리어케어 상무. <커리어케어>


헤드헌팅회사에 들어 오는 C레벨의 이력서는 대체로 화려하다. 매출이 성장했고 수익성이 개선됐으며 조직규모가 커졌다는 결과가 적혀 있다. 그러나 좋은 숫자가 곧바로 좋은 경영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장 자체의 성장, 브랜드 파워, 자본의 지원이 성과를 끌어올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후보자가 실제로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어떤 변화를 주도했느냐’가 중요하다. 이력서에는 결과가 남지만, 채용에서 봐야 하는 것은 그 결과가 만들어 진 구조와 맥락이다.

그래서 내가 속해 있는 커리어케어의 컨설턴트들은 C레벨 후보자를 평가할 때 ‘무엇을 해봤는가’보다 ‘무엇을 바꿔 봤는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매출이 늘었다면 왜 늘었는지, 수익성이 좋아졌다면 어떤 구조를 손봤는지, 제품이라면 고객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기술이라면 속도와 품질, 조직 생산성을 실제로 어떻게 끌어올렸는지를 확인한다. 직함이나 소속 회사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자가 스스로 변화를 설계하고 실행해 본 경험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은 환경이 바뀔수록 더욱 중요해 진다. 좋은 시스템을 잘 운영한 사람과 부족한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은 다르다. 대기업이나 대형 플랫폼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사람이 더 작은 조직, 더 제한된 자원 안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기존의 성공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기업이 궁금해 하는 것은 화려한 과거가 아니라 그 성과가 새로운 조직에서도 다시 재현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사모펀드(PE) 포트폴리오사나 성장단계 기업의 C레벨 채용에서 이 문제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난다. 투자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숫자와 조직을 바꿔야 한다. 같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직함이라도 어떤 회사는 내부통제와 재무 안정성을 더 중시하고, 어떤 회사는 자본 배분과 인수합병(M&A),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더 중요하게 본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제품책임자(CPO)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안정된 서비스를 확장해본 경험과 기술 부채를 정리하며 조직과 시스템을 다시 세워 본 경험은 분명히 다르다. 결국 기업이 필요한 것은 같은 직함의 인재가 아니라 지금 이 회사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다.

회사가 업사이드를 보는 동안 후보자는 다운사이드를 본다. 기업은 성장 가능성과 기대 성과를 중심으로 포지션을 설계하지만, 후보자는 실제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와 책임을 먼저 따져 본다. 그래서 성과를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이 따라야 하고, 위험을 감수하게 하려면 그만한 보상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좋은 C레벨 채용은 결국 책임, 권한, 보상이라는 세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헤드헌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단순히 사람을 찾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후보자의 과거 성과 가운데 무엇이 진짜 실력에서 나온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조직에서도 반복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경력을 가진 후보자라도 누군가는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사람이고, 누군가는 사업의 문제를 직접 발견해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람일 수 있다. 이 차이를 읽어 내려면 이력서만으로 부족하다.

헤드헌터는 이러한 C레벨과 핵심임원의 채용과정에서 단순 스펙 매칭이 아니라, 후보자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는지, 또 그 성과가 어떤 환경에서 가능했는지를 입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산업과 기업 상황에 따라 같은 직함도 전혀 다른 역할과 기대치를 갖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고객의 과제에 맞는 인재를 정교하게 찾아내야 한다. 커리어케어가 헤드헌터를 채용하고 기업의 인재추천 프로젝트를 맡길 때 전문성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치펌 컨설턴트의 일도 그래서 점점 더 복잡해 진다. 사람을 소개하는 일보다, 후보자의 성공에서 실질적 기여를 가려내고 그것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때로는 고객이 처음 정의한 포지션 자체를 재점검해야 할 때도 있다. 그 과정에서 듣게 되는 것은 단순한 경력 사항이 아니라, 무엇을 결정했는지, 무엇에 실패했는지, 누구를 설득했는지, 어떤 환경에서 강했고 어떤 조건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려웠는지에 대한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들이다.

경영자와 핵심임원들에게 거액의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직함 때문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판단이 사업방향과 기업가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화려한 이력을 가졌는지는 이력서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누가 이 조직에서 다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읽어내는 안목이야말로 C레벨을 담당하는 컨설턴트의 핵심역량이다. 이효영 커리어케어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