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은 "빙산의 일각" 외신 평가, AI 버블 우려 더 커져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한국 증시 조정은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신호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리스크가 금융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7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증시 급락은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투자자들의 불안을 보여주는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인공지능 기술주에서 투자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데 이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최근 이어진 코스피 하락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라며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한 우려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코스피 지수가 2026년 초 대비 약 34% 상승했지만 최근 1개월 동안에만 33%에 이르는 하락폭을 보였다는 데 주목했다.

한국 증시에서 나타난 매도세가 반드시 세계 증시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증시 변동성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있는 흐름은 한국 증시만의 특징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산업 성장이 주도하는 증시 호황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에 관련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전 세계 투자자들에 공통적 요소라고 덧붙였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에 들이는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시장에서 결국 공급 과잉이 벌어지면서 업황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점차 고개를 들며 투자자들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가 이러한 불안감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신호탄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 증시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증시 호황이 극단적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질 사태의 전조증상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가장 먼저 큰 수혜를 본 국가로 꼽히는 만큼 이를 빠르게 잃는 것도 불가피한 수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은 "빙산의 일각" 외신 평가, AI 버블 우려 더 커져

▲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SK하이닉스 >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되는 것은 이들 기업의 성장세가 이미 정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메모리반도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는 확정된 약속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고객사들이 공급사들과 체결한 계약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가 인공지능 투자 위축 및 반도체 수요 감소에 방어 능력을 갖추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산업 전반의 리스크가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기술 기업을 넘어 자본 및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인공지능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금 조달이 크게 늘었다”며 “만약 채권을 발행한 기업에서 문제가 벌어진다면 금융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투자자 자금이 기술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한다면 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산업과 관련한 리스크가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하면 충격이 예상보다 널리 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빅테크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 기업의 재무 악화로 채권 부실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금융위기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인공지능 버블이 붕괴한다면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시장이 저절로 성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가고 있다”며 “반도체 장기 호황을 믿고 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신중한 시각을 둬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