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노조원들이 29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농협중앙회 지방이전 추진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29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광화문, 기온이 32도까지 치솟는 무더위에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NH농협지부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농협중앙회지부 조합원, 금융노조 관계자 등 4천여 명이 모여 농협중앙회 지방이전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일대 도로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손팻말을 높이 들고 “농협 본사 지방이전 지금 당장 중단하라”, “헌법을 위반하는 농협 이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계획은 이르면 8월 중순, 늦어도 9월 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이전 대상 기관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농협중앙회가 유력한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자 노조는 선제적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이전 저지에 나선 것이다.
▲ 이현인 NH농협지부 위원장 직무대행이 29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열린 농협본사 지방이전 저지 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어 “정치인들은 농협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농협 직원들의 거주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2천 명 규모로 계획했던 집회는 참가 의사를 밝힌 중앙본부 소속 조합원이 4천 명을 넘어서면서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특히 통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3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까지 대거 참석해 농협중앙회 이전 반대에 힘을 보탰다.
금융권에서는 개별 지부가 주최한 집회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노조 산하 43개 지부 가운데 대형 지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조합원 수가 수백 명에서 수천 명 수준인 만큼 4천 명이 집결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도 집회에 참석해 농협중앙회 지방이전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열린 농협본사 지방이전 저지 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농협 노조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범농협 임직원은 약 7만 명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한다.
이미 상당수 임직원이 비수도권에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데다 농협중앙회도 수도권에 남아야 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면 실제 이전 가능한 인력은 460명 수준에 불과해 지방 이전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농협중앙회가 전국 1108개 농·축협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조직인 만큼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지역 간 갈등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 비용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노조는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본사 이전에 최소 252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2016년 정보기술(IT) 시설 신축과 시스템 이전에만 4607억 원이 투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업비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농업인 지원에 쓰여야 할 재원이 이전 비용으로 소모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농협 노조원들이 29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농협 노조는 정부가 협동조합인 농협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와 경제활동의 자유, 농업인 자조조직의 자율성 보장 규정을 근거로 들며 농협 이전 추진이 헌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행 농협법이 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과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협동조합의 핵심 원칙으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이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농협 노조는 앞으로도 정치권 및 상급단체와 공조를 이어가는 한편 국토교통부와 면담을 추진한다. 향후 정부의 지방이전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금융노조와 함께 총력 대응과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농협 노조는 “농협이 미래 농업 경쟁력 강화에 애쓸 시간에 정부의 눈치만 보게 만드는 정책은 결코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지방 이전 시도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을 강력히 결의한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