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링컨 기념관 앞 계단에서 미국 에너지부 관계자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을 시험 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미국에서 이미 로봇 상용화 및 판매 성과를 다수 확보해 테슬라를 비롯한 경쟁사보다 앞서 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외국산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을 인증 대상 목록(Covered List)에 새로 올렸다. 해당 조치는 발표와 동시에 발효됐다.
연방통신위원회는 통신망 관련법에 따라 무선 통신을 이용하는 모든 장비의 제조와 수입, 판매, 사용과 관련한 기준을 정할 권한을 가진다.
해당 목록에 포함된 제품은 별도로 면제 조치를 받지 않는 한 미국에서 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면제 대상에 포함되려면 미국 국방부에 국가 안보상 위험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한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외국산 로봇이 공급망 교란과 사이버 공격, 미국인 감시 등 방법으로 국가 안보와 핵심 인프라를 위협할 수 있다는 미국 안보 기관의 판단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의 크리스 맥과이어 선임 연구원은 2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연방통신위원회의 규제는 미국 로봇 산업에 획기적 변화를 부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데이브 매코믹(펜실베이니아, 공화당)과 존 히켄루퍼(콜로라도, 민주당) 등 미국 상원 의원도 지난 6월4일 국가 차원의 로봇 산업 위원회를 신설해 미국의 로봇 산업 주도권을 강화하자는 법안(NCRA)을 발의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외 국가의 공급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중국산 휴머노이드와 로봇 개가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공지능 행사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아지봇과 유니트리를 비롯한 중국 업체는 2025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첨단 인공지능(AI) 로봇은 향후 주요 제조업과 서비스업, 더 나아가 군사 분야에도 핵심 기술로 활용될 잠재력이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도 서둘러 중국 로봇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으면서 자체적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데 더욱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로봇과 휴머노이드 수입을 금지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정책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미국에서 다수의 수주 및 상용화 사례를 확보하면서 기술력과 활용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반도체 기업 인텔과 마이크론 등에 사족보행 로봇 '스팟'을 공급했다. 이외에 물류 업체나 경찰도 스팟을 주요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스팟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조트에서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활용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도 제조 공장과 같은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연 3만 대 이상의 아틀라스를 생산하는 공장을 미국에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히 이런 과정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가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나믹스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미국 로봇 시장에서 기대주로 꼽히는 테슬라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생산해 2026년부터 산업 및 가정용으로 판매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에 진행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옵티머스는 테슬라에서 만든 제품 가운데 생산 규모를 확장하기 가장 어려운 제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양산과 판매 시기가 기약 없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셈이다.
결국 미국 로봇 시장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테슬라에 우위를 확보해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T 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연방통신위원회는 미국에서 로봇을 생산하는 외국계 기업도 수입 금지 규정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더욱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