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에 혈압·혈당·의무기록·폐기능 검사 등 외부 기술을 잇달아 연결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새 성장동력인 씽크의 확장성을 대폭 보강해 병원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국내 AI 의료기기 기업인 씨어스가 씽크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대웅제약의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우선 저변을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대웅제약 '씽크'에 외부기술 적극 도입, 이창재 '협력사 의존' 리스크에도 디지털헬스 승부수

▲ 대웅제약은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병원 2만 병상에 인공지능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를 공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이사. <대웅제약>


22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씽크는 현재 국내 병원 약 2만 병상에 공급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에도 도입됐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스마트병실에는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카트 온’을 결합한 씽크가 공급돼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병동 39개 병상에도 올해 3분기까지 씽크가 설치될 예정이다.

대웅제약이 올해 2월 디지털헬스케어 비전을 발표했을 당시 씽크 공급 규모는 전국 164개 병원, 약 1만5천 병상이었다. 약 5개월 동안 공급 병상이 5천 개가량 늘어난 셈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안에 씽크 공급 규모를 10만 병상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공급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목표의 약 20%를 채운 것인데 남은 기간 8만 병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내 스마트 병상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여겨진다. 

씨어스에 따르면 상급의료기관을 포함해 의원급까지 국내 전체 병상 수는 약 70만 개로 추정된다. 현재 씽크가 공급된 병상은 2만 개로 전체의 3% 수준에 그친다. 

대웅제약은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종합병원을 동시에 공략하며 공급 실적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동아대학교병원은 전체 약 1천 병상 가운데 272개 병상에 씽크를 구축했다. 전남대학교병원과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는 각각 217개와 341개 등 모두 558개 병상에 씽크가 공급됐다. 국립대병원 가운데 최대 규모다. 

부산백병원에는 58개 병상, 센텀종합병원에는 전체 494개 병상 가운데 177개 병상에 씽크가 먼저 도입됐다. 대웅제약은 센텀종합병원에서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적용 범위를 전체 병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병상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씽크에 연결되는 솔루션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2월 공개한 ‘올뉴 씽크’에는 씨어스의 웨어러블 생체신호 모니터링 기술을 중심으로 아이쿱의 입원환자용 연속혈당측정 시스템 ‘CGM Live’, 스카이랩스의 카트 온, 퍼즐에이아이의 AI 음성인식 의무기록 솔루션 ‘CL노트’가 포함됐다.

씽크가 기본적으로 심전도와 산소포화도, 호흡수, 체온 등 환자의 생체신호를 수집하고 이상 징후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외부기기 연동을 통해 혈당과 혈압, 진료·간호기록까지 관리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외부기술 연동은 단순한 협력 발표를 넘어 실제 공급계약과 병원 적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4월 퍼즐에이아이와 CL노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퍼즐에이아이는 솔루션 개발과 기술지원을 맡고 대웅제약은 전국 병·의원을 대상으로 유통과 영업, 마케팅을 담당한다.

CL노트는 의료진의 음성을 인식해 진료 내용을 요약·구조화한 뒤 전자의무기록(EMR)에 반영하는 ‘퍼즐Gen’, 간호기록을 작성하는 ‘퍼즐ENR’, 환자와 의료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스마트콜벨 등을 묶은 솔루션이다. 

대웅제약은 CL노트를 씽크와 연결해 환자 생체정보와 의무기록을 함께 관리하는 스마트병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5월에는 씨어스, 티알과 씽크에 디지털 폐기능 검사기 ‘더스피로킷’을 연동한 스마트병동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사업화하기로 했다.

더스피로킷은 환자의 호흡 패턴을 분석해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천식 등의 진단을 보조하는 이동형 검사기다. 환자가 검사실까지 이동하지 않고 병동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을 수 있어 입원환자와 수술 전후 환자를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한 카트 온 연동도 대웅제약이 제시한 통합전략이 실제 병원 공급으로 이어진 사례다. 기존 씽크가 측정하던 심전도와 산소포화도에 연속혈압 데이터를 추가해 의료진이 하나의 화면에서 여러 생체신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웅제약이 외부기기를 씽크에 연결하는 이유는 기능을 추가하는 데만 있지 않다. 병원에 판매할 수 있는 품목과 수익원을 함께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2025년 디지털헬스케어에서 거둔 매출은 509억 원이다. 올해 해당 사업 목표로 제시한 매출은 3천억 원인데 지난해보다 6배나 많다. 사실상 씽크 공급 병상을 늘리는 동시에 혈압·혈당·폐기능 검사와 AI 의무기록 등 별도의 제품과 서비스를 병원에 함께 판매해야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Who] 대웅제약 '씽크'에 외부기술 적극 도입, 이창재 '협력사 의존' 리스크에도 디지털헬스 승부수

▲ 대웅제약이 올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매출 3천억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대웅제약 모습. <대웅제약>


증권가가 바라보는 올해 디지털헬스케어 매출 눈높이는 회사 목표보다 낮다. 현대차증권은 약 1070억 원, 키움증권은 약 1250억 원으로 추정했다. 증권사 추정치를 웃도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미 확보한 병원 고객에게 추가 솔루션을 판매하는 전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웅제약의 행보를 보면 씽크를 먼저 도입시킨 뒤 같은 병원에 혈압·혈당·폐기능 검사 등 추가 품목을 판매하는 쪽으로 전략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씽크가 개별 제품을 병원에 진입시키는 기반이자 대웅제약 디지털헬스케어 제품군의 판매 창구가 되는 셈이다.

대웅제약은 이 과정에서 병원의 수요에 맞춰 여러 기술기업의 제품을 선별하고 하나의 상품으로 구성하는 역할을 맡으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씽크의 통제권이 대웅제약보다 협력기업인 씨어스로 넘어가는 듯한 움직임은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씨어스와 대웅제약은 씽크의 국내 공급을 놓고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유통망을 통해 병원에서 수주를 하면 씨어스가 씽크를 해당 병원에 설치하고 운영방법을 알려준다.

대웅제약은 우선 병원으로부터 씽크 공급과 관련한 돈을 수령한 뒤 이를 씨어스와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초기에만 하더라도 유통망을 확보한 대웅제약이 협력 계약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씽크가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계약에서 대웅제약보다 씨어스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씨어스와 대웅제약의 씽크 공급 관련 재계약 시점은 2028년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2027년 말부터는 협상에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개별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기를 선별해 기기 사이 연동이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사업모델”이라며 “대웅제약의 병원 영업망을 활용하면 파트너사의 기술도 의료현장에 더 빠르게 전달하고 확산할 수 있어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이라기보다 오픈 콜라보레이션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