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조강지처' 10명에게 들어봤다, 최태원·권혁빈 이혼소송 '바람직한' 결론은? '조 단위' 재산분할 청구 속내는?

▲ 이른바 '조강지처'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회사 쪽 '불공정' 행태 맞은 편의 조강지처들에게 물어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드디어 열 명이 채워졌다.

'꼭지를 딸 때'가 됐다. 여기서 꼭지를 딸 때란 말은 기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다. 기사나 칼럼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취재가 진행됐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재산 분할 요구 금액이 '조 단위'에 이르는 이혼 관련 소송 2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분할 청구 소송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부인 이아무개씨의 이혼 및 재산 분할 청구 소송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두 건 모두 소송 진행 과정에서 판결이 났거나 거론되는 재산 분할 금액이 각각 조 단위에 이른다. 한 쪽은 주요 재벌 회장이, 다른 쪽은 성공한 벤처기업 창업자가 피고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언론에선 '세기의 소송'이라고도 한다. 결론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술자리 내지 미용실 등서 얘깃거리로 삼을 조건을 다 갖췄고,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와 가정 생활 관련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재벌 회장과 성공한 벤처기업 창업자의 이혼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과 권 CVO 부부 건처럼 사회적으로 요란하지는 않았다. 월간 잡지의 읽을꺼리 코너나 '미용실 수다' 소재로 삼아지다가 사그라들었다.

한겨레 기자로 정년을 맞아 퇴직한 뒤 백수로 살 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비즈니스포스트 산업담당 기자로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의 일터이기도 한 재벌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상속·승계에 관한 문제이고, 다른 재벌 오너 부부들에게 미칠 영향이 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불공정' 구조도 봤다.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은 개인 일인데도 회사 홍보·법무 조직이 뒤에서 일을 봐주고 있고, 무엇보다 피고를 일방적으로 돕는 모습이었다.

SK그룹과 계열사 홍보실 임직원들은 드러내놓고 최 회장 주장을 옹호하거나 강조했고, 스마일게이트 쪽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거 아니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회사 생각은 안하는 것 같다.'

'귀책도 없는데, 갑자기 이혼 및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되냐.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홍보실 임직원들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 요약이다. 피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얘기가 흘러가거나 관련 질문을 받으면 "사생활인데 그만 합시다"라고 일축했다.

한 자리에선 '회사 홍보실이 드러내놓고 피고 편을 들고, 국내 언론들도 '광고주' 쪽 목소리라고 힘을 실으니, 원고들은 외신기자를 만나는 것 같더라'라는 얘기가 나오자, 동석한 홍보 임원이 "창피한지도 모르는지 가정사를 외신에까지 얘기하고 다닌다"고 공개적으로 성토하기도 했다.

문득 두 소송 건의 원고들과 같은 처지의 '조강지처'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어느 대목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기를 바라는지가 궁금해졌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조강지처란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라는 뜻이다. 몹시 가난하고 천할 때에 고생을 함께 겪어 온 아내를 이른다.

이후 조강지처 처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묻기 시작했다. 배우자의 첫 아내이고, 자녀가 있으며, 물려줄 재산도 좀 갖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취재를 하거나 사적 모임 과정에서 이런 조건에 맞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두 이혼소송 건과 관련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간략하게 얘기한 뒤 '원고들은 왜 이리 재산 분할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냐?', '결론이 어떻게 나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법리적으로 따져보기보다 '미용실 수다' 수준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열 명을 채우는데 6개월 이상 걸렸다.

참고로, 나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분 열명의 나이는 40~70대이다. 모두 혼인을 해 자녀를 둔 조강지처들이다. 서울에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집을 부부 공동 내지 개인 이름으로 갖고 있고, 60~70대 셋을 뺀 나머지 일곱은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을 하고 있다.

두 소송 건 당사자들 쪽에서는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화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분나빠할 수도 있겠다. 특히 피고들은 법률 지식을 갖춘 전문가 대상 인터뷰가 아닌 장삼이사(장씨 3남과 이씨 4남이라는 뜻으로, 보통 사람을 가리킨다) 조강지처들을 대상으로 했고, 미용실 수다 수준이냐고 따질 수도 있다.

고의건 아니건, 요란한 이혼소송 건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끈 건 이혼 당사자들이다. 수조 원의 재산을 가진 재벌 회장이자 성공한 벤처기업 창업자이니 사회적으로는 모두 '공인' 반열에 든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와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벌였다. 다른 사람들이 화젯거리로 삼고, 논쟁을 벌이고, 나름 결론을 내보고, 내기를 벌이는 것 역시 두 이혼소송 당사자들로부터 받은 영향을 되새김질하고, 흔들린 가치관을 다잡고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소송 결과와 별도로 치러야 하는 또 하나의 대가일 수도 있는 셈이다.

먼저 원고들이 재산 분할에 집착하는 속내는 뭘까.

'결혼 이후에 불어난 재산은 똑같이 나누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 그게 공정하다. 법적으로도 그렇게 하라고 돼 있는 것 아닌가.'

'원고들은 모두 엄마이다. 자식의 미래를 챙기는 게 최우선일 수 있다. 악착 같은 재산 분할 요구의 속내는 회사 경영권을 내가 낳은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질문을 받은 조강지처 대다수가 한 말이다.

권 CVO의 경우에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드러난 외도 사실이 없다. 이른바 '혼외 자녀'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회사 경영권 승계를 약속해야 할까. 참고로, 권CVO는 이를 들어 '나에게는 귀책이 없고, 따라서 이혼 청구 소송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살 수 있을까, 엄청 불안했다. 병원 입원 전 남편한테 집 명의를 아이들에게 넘겨주자고 했다. 나 죽은 뒤 남편이 재혼할 것 같고, 그러면 내가 덜 쓰고 덜 먹으며 모은 재산이 모두 '그 년'한테 가는 거 아니겠냐."(60대 ㄱ씨)

"누구한테 들으니, 요순 시절 임금 가운데 상당수가 부인한테 독살됐다고 하더라. 당시 임금들 중에는 자식이 임금 재목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재상에게 왕좌를 넘기기도 했다고 한다. 엄마(왕의 배우자) 입장에서는, 남편(왕)이 왕좌를 내 자식이 아닌 재상에게 넘겨줄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자식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50대 후반 ㄴ씨)

두 소송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두 소송 건 모두, 피고가 원고에게, 회사 경영권을 둘 사이 소생에게 물려주겠다고 약속하거나 선언하지 않으면, 각각 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이 죽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재산 분할 규모는 큰 의미가 없다.'(응답자 열 명 중 여섯 명)

'(최 회장의 경우에는) 노 관장과 자녀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닐까.'(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피고들은 모두 엄마다.'

다른 답도 있었다.

"(노 관장의 경우에는) 드러내놓고 바람을 피운 배우자에 대한 복수심 차원도 클 것 같다."(40대와 50대 두 명)

"(권 CVO의 경우에는) 바람을 피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배우자가 부부 사이의 신뢰를 흔드는 언행을 했을 수 있다. 나도 남편에게 아프다고 했더니, 그럼 병원 가 봐라고 하는데, 정나미가 확 떨어지더라. 확 이혼하고 싶더라."(50대 ㄷ씨)

이들은 법리 논쟁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법리는 잘 모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60대 ㄱ씨는 최 회장을 향해 "해서는 안되는 뻔뻔한 짓을 했으니, 재산을 넘겨주고 빈털털이로 나가는 게 맞다. 그렇게 하고, 잘 살면 나도 '사랑'이라고 인정해주겠다"고 말했다.

권 CVO를 두고는 '부부 생활의 감수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50대 ㄷ씨는 "난 집이 부부 공동명의가 아니고,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이 없는 것에서도 가슴이 휑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한결같이 '법리보다는 우리 사회 보통사람들의 가치관 선에서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혼소송을 멈추고 싶으면 "경영권을 조강지처 사이 소생 자녀에게 넘겨주겠다는 약속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조강지처' 10명에게 들어봤다, 최태원·권혁빈 이혼소송 '바람직한' 결론은? '조 단위' 재산분할 청구 속내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겸 비전제시최고책임자(CVO) 배우자의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 1심 최종 변론 기일이 7월8일로 잡히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4일 비즈니스포스트 보도를 종합하면, 권 CVO와 이아무개씨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 1심 최종 변론 기일은 오는 7월8일로 잡혔다. 애초 지난 5월 말 변론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권 CVO 측의 추가 기일 요청으로 연장됐다.

2022년 11월 이아무개씨의 이혼 청구로 소송이 시작됐다. 1심 재판이 4년이나 걸린 배경에는 권 CVO의 자산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권 CVO 재산의 대부분은 직접 창업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비상장 지주회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이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3년 이상 걸렸다.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이 진행 중이다. 평가 방식에 따라 가치가 4조9천억 원대에서 8조 원대까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CVO 측이 최근 들어서야 재산 분할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권 CVO 측은 그동안 "법원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사실상 무대응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3월 재판에선 이씨의 경영 기여도를 전면 부인하는 주장을 내놨다.

"원고(이 씨)는 설립 당시 자본금을 출자하지 않았고, 공동 창업자도 아니다"라며 "당시 직원들 증언에 따르면 원고는 사무실에 출근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별도 회사 자리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이씨가 출자했다는 자본금 역시 권 CVO 측이 제공한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이씨 측이 스마일게이트 창업부터 경영에 참여하며,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해온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씨 측 대리인은 "이씨는 창업 당시 회사 지분 30%를 보유한 주주였고, 설립 초기 대표이사와 이사로 등기돼 있었다"며 "자리도 없고 출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권 씨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이혼소송 재판에선, 이혼 청구 인용 여부를 먼저 판결하고, 인용한 경우 재산분할액을 산정한다. 

이에 이번 소송에선 재산 분할에 앞서 '이혼 청구 성립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 권 CVO 측이 이혼 청구를 받을 만한 귀책 사유가 없다며 이혼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재판부가 이혼을 인용할 경우에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기업가치 산정과 재산 분할 규모가 공방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재판부는 권 CVO 측에 기업가치 산정 방식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2심 재판 결과를 능가하는, 국내 역대 최대 재산 분할액 판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 분할 소송은, 지난 1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산분할 2차 조정 기일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최 회장은 이날 법정으로 들어가며 "조정이 잘 성립돼 빨리 끝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합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양 측은 이 날 법정에서 구체적인 재산 분할 규모·방식·기준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최 회장 측과 노 관장 측은 정식 변론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이견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부분은, 최 회장 소유 SK 지주회사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서로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SK 지주회사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볼 경우, 최근 상승한 주가를 분할 가액 산정에 반영할지 여부도 주요 논점이 될 수 있다. 재산 분할의 기준 시점을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로 보느냐, 현재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의 변론 종결일로 보느냐에 따라 SK 지주회사 지분 가치가 3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2024년 4월 당시 SK 지주회사 주가는 16만 원선, 당시 최 회장 소유 지분 가치는 2조7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60만 원선까지 상승하면서 최 회장 소유 SK 지주회사 지분 가치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상속·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을 통해 경영 활동을 내조한 만큼 공동재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 사이 소송은 2017년 7월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조정이 결렬되면서 2018년 2월 정식 소송으로 전환됐고, 노 관장 역시 2019년 12월 맞소송을 제기하며 재산 분할 절차가 본격화됐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으로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2심 재판부는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금 1조 3808억 원을 선고했다. 최 회장 소유의 SK 지주회사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분할 액수가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당시 2심 재판부는 SK그룹의 성장 배경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25년 10월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 자금인 만큼, 해당 자금이 SK 측에 흘러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를 재산분할 시 노 관장의 기여도로 참작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2심이 책정한 위자료 20억 원 부분은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확정했다.

다른 조강지처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