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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엔비디아와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AI 수혜를 본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AI 대전환 수혜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던 LG그룹이 제조·데이터·기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피지컬 AI 시대를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 가전·냉난방공조(HVAC)·전장 등에 흩어져 있던 테크 기술력을 결집해 종합 로보틱스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구 회장은 LG그룹이 오랜 기간 쌓아온 제조·데이터·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계기로 피지컬 AI 시대의 선두주자로 나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LG는 2020년 12월 AI 붐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LG AI연구원을 설립해 AI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를 보유한 기업과 비교해 AI 산업 성장에 따른 수혜는 더뎠다.
구 회장이 로봇과 피지컬 AI를 앞세워 엔비디아 생태계에 합류하려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이 엔비디아와 추진하는 동맹 전략은 자원 교환 구조에 가깝다.
LG는 제조 노하우와 전 세계 사용자 접점에서 쌓은 데이터를 엔비디아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엔비디아의 AI 컴퓨팅·로보틱스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로봇 사업화 속도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이런 구상은 지난 6월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최고경영진회의(TMM)를 계기로 구체화했다.
구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피지컬 AI, AI 인프라, 미래 모빌리티 등 AI 생태계 전반에서 중장기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로보틱스 시스템부터 AI 팩토리까지 엔비디아가 하는 모든 영역에서 LG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생태계 청사진은 고객의 일상과 글로벌 산업 현장에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LG의 미래 모습과 일치한다"며 "이번 회동을 계기로 양사 역량을 결합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6월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LG >
구 회장의 AI 동맹 전략을 뜯어보면 LG가 오랜 기간 쌓아온 제조·데이터·기술이라는 세가지 축이 고스란히 협력 내용에 반영돼 있다.
제조 역량과 관련해 LG전자는 휴머노이드·물류 로봇 분야에서 데이터 구축부터 시뮬레이션, 학습, 행동 구현까지 모든 개발 과정에 걸쳐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LG CNS는 산업 현장용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엔비디아 로보틱스 기술과 접목해 물류·제조 현장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6월22일 LG전자·LG이노텍·LG AI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미국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레퍼런스 로봇 공동개발 등 실행 과제를 논의한 것도 이런 제조 역량을 실제 로봇 생산으로 옮기는 작업의 일환이다.
데이터와 관련해 LG는 제조 노하우와 전 세계 고객 접점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엔비디아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AI 컴퓨팅·로보틱스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로봇 사업화 속도를 앞당긴다.
LG AI연구원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개발해 로봇의 '두뇌'를 담당한다.
기술 협력은 계열사를 통해 전사적으로 이뤄진다.
LG이노텍은 광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부품을 개발해 '로봇의 눈' 역할을 맡고, 통신 모듈·센싱 솔루션·차량용 라이팅 시스템 등 전장 부품 경쟁력을 엔비디아 플랫폼에 최적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인포테인먼트 역량에 엔비디아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을 접목해 차세대 자율주행 보조시스템(ADAS)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 AI 인프라 열관리를 위한 냉각수 분배장치(CDU)에서 엔비디아의 최종 품질 인증을 획득하고 AI 팩토리 플랫폼 'DSX'에 맞춘 설계 기술 협력도 진행 중이다.
LG그룹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로보틱스와 관련한 제조·데이터·기술의 결합이 가능하다. LG전자가 로봇의 몸체를, LG AI연구원이 두뇌를, LG이노텍이 눈을 담당하는 식으로 자체 밸류체인 안에서 로봇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조달할 수 있다.
LG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하반기 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LG전자와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협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6월8일 회동 이후 2주 만에 실무진 후속 행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하반기 가전·로봇 기술 관련 추가 계약이나 로드맵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