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앞둔 대한항공에서 조종사들이 연공서열(시니어리티) 개편에 반발하며 노사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말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운항스케줄 배치, 기장 승진 등에서 단일체계를 운용하기 위해 양사 조종사 서열 정리 기준으로 민간 경력 조종사는 회사 입사일자를, 군 경력 조종사는 전역 일자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개편안을 최근 내놨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앞서 조종사 연공서열 개정 '진통', 조원태 조종사 파업에 경영부담 커지나

▲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들과 연공서열 체계 통합과 관련해 반발하면서 양사의 화학적 통합을 강조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조 회장이 2025년 3월4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회사의 새 가치체계 'KE 웨이'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대한항공>


하지만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개편안이 아시아나항공 군경력 조종사들에게만 유리다고 주장하며, 사측이 일방적으로 개편을 추진한다며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은 양사 통합 시너지의 전제 조건으로 서로 다른 근무 환경·문화를 가진 직원들 간의 ‘화학적 결합’을 강조해왔지만, 실제 통합 과정에서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

12일 항공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조종사 연공서열은 항공사 조종사들마다 분류되는 사번에 따른 서열로, 기장 승급, 급여, 기종 배정 등 조종사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측은 양사 통합이 결정난 2024년 12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와의 연공서열 통합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왔으며, 사측은 지난달 설명회를 열고 연공서열 통합안을 내놨다.

사측이 최초 제시한 안은 두 회사의 조종사들의 연공서열을 입사 일자를 기준으로 통합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군경력 조종사들의 경우 같은 날 전역했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입사 일자가 앞서게 돼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연공서열에서 밀리게 된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조종사의 전역 일자 이전 시점을 입사 일자로 부여해온 반면, 대한항공은 전역 일자 이후 시점을 입사일자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이를 감안해 군경력 조종사들은 ‘전역 일자’를 기준으로 연공서열을 매기기로 했는데,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군경력 조종사들이 대한항공의 민간경력 조종사들보다 연공서열이 앞서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측의 주장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오전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쟁의대책위원회 구성 △향후 투쟁계획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APU) 고소·고발 성명 안건을 논의하고, 오후 2시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연공서열 제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연공서열과 관련해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4월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킨데 이어, 최근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린다면 조종사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얻으며, 2016년 이후 10년 만에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원태 회장은 올해 12월 ‘통합 대한항공’을 출범시킨 뒤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줄곧 밝혔는데, 양 사 직원 간의 ‘화학적 결합’이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2025년 말 기준 양사 직원 수는 대한항공이 1만8318명, 아시아나항공이 7479명으로 합산 2만5797명에 이른다. 조종사를 제외하고도 사무직, 객실승무원, 정비사 등의 다양한 직무마다의 조직 융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줄곧 제기돼 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앞서 조종사 연공서열 개정 '진통', 조원태 조종사 파업에 경영부담 커지나

▲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을 확정한 2024년 12월부터 양사 직원간 공동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내 봉사단 소속 임직원들이 2026년 4월22일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장애인 문화체험 활동을 지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 확정 이후 양사 인력의 화합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실시했는데, 20여 년 전 승무원 기수제를 폐지한 대한항공에 맞춰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25년 기수제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 회장은 그간 공개 석상에서 양사 직원들이 ‘한 가족’임을 여러차례 강조해왔지만,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처우 변화를 두고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양사 통합 결정 후 일부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서로를 향한 비방성 글을 게시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 중순 대한항공 직원인 이용자가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공항 제2터미널 이전을 두고 ‘망시아나 셋방살이’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산하 저비용항공사 3곳의 통합이 예정되어 있으며, 한국공항-아시아나에어포트 등 지상조업사 통합도 유력한만큼,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대한항공에서 조종사들이 마지막으로 파업을 일으킨 것은 지난 2016년으로, 당시 임금인상률을 놓고 노사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약 7일간 파업이 지속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종사노조와 성실히 교섭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