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전기차의 미국 진출 필요성을 주장하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2025년 4월 중국 베이징 오토쇼에 전시된 샤오미 SU7 전기차 모형. <연합뉴스>
특히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중국 기업보다 크게 뒤처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11일 “미국에서 중국 전기차의 수입을 가장 기다리는 주체는 소비자들”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중국 브랜드 차량 구매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특히 중국의 전기차가 우수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첨단 소프트웨어 등 장점을 갖추고 있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소비자들 가운데 약 38%가 중국 브랜드 차량 구매를 적극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의 2월 설문조사 결과가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Z세대 소비자층에서는 이러한 응답 비중이 69%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신기술 및 친환경 에너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러한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2만 달러(약 2947만 원) 미만에 신차를 구매하기는 불가능한 반면 멕시코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더 낮은 가격에도 출시되기 때문이다.
3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평균 가격은 5만1456달러(약 7685만 원)에 이른다는 조사기관 켈리블루북의 집계도 근거로 꼽혔다.
중국과 달리 현지 자동차 제조사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프리미엄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추세가 수 년 전부터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에서 전기차와 친환경 산업에 지원을 대폭 축소하면서 현지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더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관련 업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 자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최근 중국 CATL이 공개한 최대 주행거리 1500km 배터리와 6분27초만에 0%에서 98%까지 충전할 수 있는 고속충전 기술을 갖춘 배터리 등이 예시로 꼽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30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최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에서 개발되거나 중국의 기술을 활용한 차량과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을 미국에서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산 전기차는 이미 미국에서 125%에 이르는 수입 관세 대상이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들에 판매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 규제까지 이뤄진다면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은 현실화되기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기업들이 내수시장 경쟁 심화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며 실적에 타격을 받자 수출 확대를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크고 구매력도 높은 미국에 진출하는 일은 이들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연히 이른 시일에 개최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하를 비롯한 미국 수출 활성화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73명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정상회담 뒤에도 중국 전기차의 미국 진출을 막아야만 한다는 성명을 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 개방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바라본 셈이다.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출 필요성과 관련한 보도를 낸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전기차 구매를 원한다는 여론을 선제적으로 조성하면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가는 데 기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대신 실용주의적 태도를 앞세워 소비자들이 원하는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과거 내연기관 차량은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이 우위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며 “하지만 전기차 중심의 시장 전환은 중국과 같은 국가에 전례 없이 큰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