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로 4월10일부터 5월9일까지 '포스트 반도체'와 'AI 시대'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했다.
삼성전자 단일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15~20%에 달하고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중 약 80%는 반도체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한 산업의 부침이 코스피 전체를 흔드는 극단적 편중 구조다.
이는 코스피 8000 달성이 곧 한국 경제의 균형 성장을 뜻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드러낸다.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지수가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국의 수출 규제 리스크라는 지정학적 변수도 상존한다.
성장의 달콤함 뒤에 숨겨진 취약성을 직시해야 할 때다.
썸트렌드(SomeTrend)의 최근 한 달 빅데이터 연관어 분석(4월10일~5월9일)은 이 전환이 이미 대중의 관심 속에 녹아들었음을 보여준다.
'포스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배터리, 잠재성장률, 주도주, 실질실효환율, 재정, 유가 같은 키워드가 연결되며 경제 구조 전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혼재한다.
반면 '인공지능(AI) 시대' 클러스터에는 인공지능, 미래, 엔비디아, 핵심, 흐름, 변화가 부상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뚜렷한 기대감이 나타난다.
두 클러스터를 잇는 연결 고리는 AI, 반도체, 투자, 기업, 시장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먹거리를 찾아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반도체 이후를 이끌 산업은 무엇인가.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과 정부 정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네 가지 축이 뚜렷하게 부상하고 있다.
첫째는 AI 인프라와 전력망이다. AI의 시대는 곧 전력 소비의 시대다.
챗GPT 하나의 쿼리가 구글 검색의 10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증설 사이클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전력 설비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정부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천 장을 전격 확보하며 국내 AI 생태계 강화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대장주들은 단순한 테마를 넘어 실적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는 로봇 산업이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르게 진행되는 초고령화 사회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대자동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워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2028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로봇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3조 원을 투입해 로봇 전문 인재 1만5천 명을 육성하는 'K-휴머노이드 얼라이언스'를 가동하고 있다.
감속기 등 핵심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에스비비테크와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는 두산로보틱스도 주목할 만한 종목이다.
셋째는 우주항공과 방산이다. 초소형 위성 군집 구축과 재사용 로켓 기술 개발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재무장 움직임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긴장 고조는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전례 없는 수출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수출이라는 안전판과 우주라는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종목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KAI) 역시 민간 우주 개발의 핵심 참여사로 부각되고 있다.
넷째는 전장·공조·디지털 헬스케어로 대표되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최근 2년 동안 6조 원 이상을 이 분야 인수합병(M&A)에 쏟아부었다. 차량용 오디오 강자 하만을 통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술을 확보하고 AI 의료 스타트업 소니오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언제 꺾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다음 사이클의 주도주를 미리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진리다.
단기적 매크로 변수에 흔들리기보다 정책적 수혜와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맞물리는 섹터에 장기적 시각으로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코스피 8000은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반도체 의존에서 벗어나 진정한 다변화 성장 구조로 이행했음을 증명하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과 일본 유학 그리고 홍콩 연수를 거친 후 주된 관심은 경제 현상과 국제 정치 환경 사이의 상관 관계성 분석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데이터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매일경제TV, 서울경제TV, 이데일리 방송 및 각종 경제 관련 유튜브에서 빅데이터와 각종 조사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밀도 높고 예리한 분석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