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증시 활성화 정책에 외신 비판, "책임 있는 투자보다 투기 자극"

▲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코스피 지수 상승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특정 종목에 상승세가 쏠리고 해외 투자에 비판적 기조가 이어져 다소 불안정한 투자 문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외신 비판이 나왔다. 5월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전광판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 지수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투자자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나온다.

최근의 증시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종목에 편중되면서 불건전한 투자 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11일 논평을 내고 “올해 한국 증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며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완벽한 광고가 된 셈”이라고 보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를 적극 이끄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은 가계 자산 증식과 기업에 자본 공급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목표로 평가됐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지금의 한국 증시가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근본적 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이 블룸버그 집계 시점 기준으로 약 78%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제외하면 상승률이 3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추세가 투자자들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의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 관점에서 볼 때는 분산 투자가 가장 효과적 전략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환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며 특히 반도체는 이전부터 극단적 수준의 업황 변화를 보여 온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분산 투자가 가장 유리한 투자 전략이라는 점은 오랜 시간에 걸쳐 증명된 공식인데 최근 한국 증시 흐름은 투자자들에 위험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장기 관점에서 보면 종목 선정 게임에서 승리하는 투자자들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며 “이는 손실을 보기 싫어하는 인간의 근본적 성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금의 한국 증시처럼 소수 종목에 상승세가 편중된다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보다 단기 매매하는 추세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이재명 정부 증시 활성화 정책에 외신 비판, "책임 있는 투자보다 투기 자극"

▲ 이재명 대통령이 5월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정책도 책임감 있는 투자 문화를 조성하기보다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개미’ 투자자를 육성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부터 한국 증시는 투기 성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단지 개미 중심의 국가를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 견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특정 주식이나 지수의 수익률을 몇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도 이를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됐다.

이재명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한층 더 압박하는 정책은 시장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한국 투자자들이 장기적 및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 문화를 조성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권고도 제시됐다.

특히 소수의 재벌 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을 낮추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는 결국 한국이 이런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해외 주식을 포함한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을 유도하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미국 증시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서학개미’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며 한국 증시에 투자를 애국과 동일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투자 비중을 더 높이도록 유도하는 일은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일과 상반된다는 비판인 셈이다.

결국 블룸버그는 이재명 정부가 한국 증시를 ‘개미 놀이터’가 아닌 진정한 투자 자산 형성을 위한 목적지로 만드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 증시가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오래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책임있게 투자하는 방법은 결국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도 투자를 분산하는 것”이라며 “투자 성공에 가장 좋은 비결은 결국 다변화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