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린피스 산불 토론회 "1980년대식 산불대응체계, 예방 중심 개편 시급"](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27155110_64793.jpg)
▲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대형산불 정책 연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산불 예방에 너무 적은 예산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27일 국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기후위기와 대형 산불: 기후재난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주제로 대형산불 정책 연구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윤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기후대응 체계를 보면 실질적 명령권자를 산림청으로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산불 진압을 담당해야 할 지방자치단체하고 긴밀하게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며 "또 산불재난대응센터라는 상설기구를 두고 산불 재난에 대응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재난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야 비상설기구를 만들어 대응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재해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대부분 화전이나 실화 등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 그동안 정부의 자연재해 예방 노력은 산불이 아니라 주로 풍수해 방지에 집중돼 있었다.
윤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발생 강도와 빈도가 모두 오르는 경향은 이미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대응 시스템의 변화가 필수적이라 짚었다.
토론회 현장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에 연평균 산불피해면적은 112헥타르, 발생 건수도 228건에 불과했다.
이는 202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6721헥타르, 520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경상북도 산불 하나만으로 피해 면적이 10만 헥타르에 달했다.
윤 교수는 "다른 나라들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산불대응을 통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에서 뒤떨어져 있다"며 "미국처럼 유연하고 강한 예방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혜영 그린피스 동아시아 기후에너지 선임연구원도 "우리나라 산불 대응은 불이 나면 그때 가서야 산불 재난 지역을 선포하고 대응하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기후변화 상황을 고려하면 지형, 인구, 기후변화 데이터를 모두 통합해 산불 발생 위험도를 평가하고 예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산불을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와 연관짓고 예방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보기 시작한 것은 올해 2월부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2월 수립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 기후변화와 산불 위험도 증가 추이가 연관성을 보인다고 명시했다. 이에 기후변화 영향, 취약성 평가를 통합해 기후적응 의사결정 지원 및 정책 주류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이런 변화를 두고도 "이런 평가는 아직 이행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바라봤다.
![[현장] 그린피스 산불 토론회 "1980년대식 산불대응체계, 예방 중심 개편 시급"](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27155200_47384.jpg)
▲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왼쪽)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대형산불 정책 연구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국내에서 화재 대응을 두고 산림청이 산불, 소방청이 일반 화재를 맡고 있다. 이런 이원화된 체계가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산불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주체는 소방청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출동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시간48분이었던 것과 비교해 소방청은 17분에 불과했다.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원은 "우리나라 산림환경을 바탕으로 산림청의 산불 대응 과정과 현실을 고려해볼 때 인적, 물적 자원 기동성과 화재와 구조, 구급 등 재난대응에 있어 전문성을 갖춘 소방청 중심으로 산불 대응체계 전환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참석한 의원들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제는 기후재난의 관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맞는 새로운 전략과 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우리재난 대응 체계는 그럼에도 여전히 사후복구 중심에 머물러 있기에 예방, 완화, 회복까지 아우르는 통합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차규근 산불피해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은 "최근에 산불 진화 주관기관을 산림청에서 소방청으로 이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며 "산불 진화 거버넌스에는 이제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고 기후위기 시대인 만큼 그에 맞춘 산림정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이어 "그런 의미에서 산불 대응이나 산림정책과 관련해 기후특위와 함께 상의해 문제를 고민하고 공론화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