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스맥스가 글로벌 뷰티 기업과 협력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니 미국 현지 법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2023년 6월 코스맥스 판교사옥에서 열린 로레알-코스맥스그룹 업무협약식에서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앞줄 왼쪽)과 바바라 라베르노스 로레알그룹 연구혁신 및 기술부문 수석 부사장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코스맥스>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주범으로는 미국 법인의 부진이 지목된다. 핵심 시장 내 현지 법인이 주춤하자 업계에서는 글로벌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떠오르고 있다.
13일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코스맥스가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회의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첫 분기 매출 6천억 원 돌파라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컨센서스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6236억 원, 영업이익 60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30.2% 늘었다.
하지만 증권가는 고개를 갸웃했다. 실적 발표 이후 투자의견을 낸 증권사 18곳 중 6곳이 목표주가를 낮췄다. 목표주가를 높인 증권사는 한 곳에 불과했다.
주가도 시장의 기대를 그대로 반영했다. 실적 발표 당일인 11일 주가는 9.21% 급락했고, 12일에도 17.08%나 빠졌다. 13일 오후 1시 기준 추가로 2.3%가 빠지면서 20만 원 선도 붕괴됐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법인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지만 해외 법인은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기에 꾸준히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미국 법인의 흑자전환 시점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코스맥스의 ‘반쪽짜리 최대 실적’의 배경으로 미국 법인의 부진을 지목하고 있다.
코스맥스 미국 법인은 올해 2분기 매출 300억 원, 순손실 204억 원 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6.6% 줄었고 적자 폭도 한층 커졌다. 핵심 고객사 수주가 줄고 신규 고객사 유입이 지연되면서 시쳇말로 실적이 주저앉았다.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의 코로나 지원금 반환 및 외화환산손실 등 영업비용 부담이 실적을 더욱 짓눌렀다. 서부 지역 신규 사무소를 통한 고객 발굴이 하반기부터 반영될 예정이지만, 2분기까지는 수익화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미국 현지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간 경쟁까지 심화되며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국내 사업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국내 법인은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 법인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생산능력(CAPA)만 봐도 존재감은 미미하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 법인의 CAPA는 9880만 개로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실제 생산량은 기초 화장품 346만 개, 색조 화장품 674만 개로 합쳐도 1천만 개 남짓에 그친다.
미국 현지공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이자 K뷰티 수혜를 누릴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아왔다. 다만 현재 현지 법인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 코스맥스 미국 법인 부진이 이어지며 글로벌 성장세 확장에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코스맥스 미국 법인. <코스맥스>
일각에서는 코스맥스가 국내에서 독보적 화장품 ODM 기업임에도 글로벌 성장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매출의 3분의2 이상이 국내 법인에 쏠린 구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법인은 4.8%, 중국 법인은 23.8%, 동남아 법인은 7%를 차지하며 조금씩 비중을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의존도가 높다. 특히 미국 법인의 지속적 역성장은 글로벌 ODM 경쟁에서 코스맥스의 위상을 흔들 수 있는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국내 법인도 수출 비중이 적지 않다. 1분기 기준 직접 수출이 15.9%에 이르며, 고객사를 통한 간접 수출까지 포함하면 해외 매출 기여도는 훨씬 커진다.
그러나 이는 ‘국내 생산 후 해외 판매’에 무게가 실린 구조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외 현지 생산·판매 비중을 늘려 글로벌 시장에서 더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종업계 에이피알의 질주도 코스맥스에 적잖은 경각심을 주고 있다. 에이피알은 해외 성장을 발판 삼아 2분기 ‘깜짝실적’을 달성하며 상장 1년 반 만에 업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에이피알은 올해 2분기 해외 매출 비중 78%를 달성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미국 매출은 전체의 29%로 국내 비중을 넘어섰고 일본과 유럽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설립한 미국 법인은 현지 직접 판매와 유통 채널 확장을 전담하며 경쟁력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미국 법인은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사무소 개소 이후 확보한 신규 고객사 매출 기여가 증가하며 개선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선케어 등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품목군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관련 시장 공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