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두나무 현금 보유액에 불안한 시선, 이석우 업비트 위기 일어나도 감당할 준비 돼있나

▲ 두나무의 현금성 자산이 2023년 4조2997억 원에서 2024년 505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는 회계 기준의 변화에 따른 것이고 실제로 현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4조2997억 원에서 5053억 원. 

2024년과 2023년 사이 감소한 두나무의 현금성 자산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충격적일 정도의 감소폭이지만 2024년 연결재무제표를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숫자의 착시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회계 기준의 변화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객 예치금을 더 이상 기업의 현금성 자산으로 포함할 수 없게 되면서 이를 ‘기타금융자산’으로 분류한 결과 장부상 현금이 줄어든 것이다. 

즉 두나무의 현금성 자산 감소는 실제로 돈이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회계상 항목 조정에 가까운 셈이다.

두나무의 연결재무제표의 현금및현금성자산항목을 확인해보면 2023년 '고객예치금' 항목이 3조9486억 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해당 항목이 0원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두나무는 연결재무제표 주석에서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객예치금 전액을 (현금및현금성자산에서) 기타금융상품으로 대체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 숫자상의 착시 너머, ‘쓸 수 있는 돈’은 줄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상 착시로만 볼 수 없는 일도 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도 포착되기 때문이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에서 -4205억 원,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 -2080억 원을 기록했다. 

투자 목적의 유출이 포함되어 있어 유동성 문제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현금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두나무 자체는 돈을 잘 벌고 있지만 관계기업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는 것 역시 우려되는 지점이다. 

2024년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두나무는 ‘한국채권스마트메자닌일반사모투자신탁1호’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계기업에서 지분법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하이브를 제외한 모든 관계기업에서 지분법손실이 발생했다.

관계기업들이 실질적 수익 창출엔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 ‘재무적으로 건전한 두나무’임에도 불안이 남는 이유

물론 현재로서는 ‘두나무는 재무적으로 건전하다’는 평가가 여전히 유효하다. 핵심 수익원인 업비트는 여전히 건재하고, 관계사들의 적자도 두나무가 벌어들이고 있는 1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 안정감은 ‘지금 시점’에 한정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두나무의 영업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수익구조가 업비트 단일 플랫폼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가상화폐 거래소라는 것은 투자심리에 따라 실적이 급등락할 수 있는 구조의 사업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가상자산 투자에 흥미를 잃는 순간 업비트의 수익도 '제로'가 될 수 있는 불안정한 모델이라는 의미다.

두나무의 현금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하는 이유는 업비트가 단순한 사기업 플랫폼이 아니라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사실상 ‘국민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업비트에 문제가 생기면 피해자는 두나무가 아니라, 그 플랫폼을 믿고 이용해온 수많은 사용자들이 될 수 있다. 업비트의 위험은 곧 사회적 위험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고, 두나무가 반드시 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씨저널] 두나무 현금 보유액에 불안한 시선, 이석우 업비트 위기 일어나도 감당할 준비 돼있나

▲ 두나무는 국민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업비트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수익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픽 씨저널>

◆ ‘만약’ 위기가 발생한다면, 이석우와 두나무 그 이후 준비가 되어있나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이런 구조적 리스크를 인지하고, 수익 다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나무는 비상장 장외주식거래 서비스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나무의 관계사에 하이브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 역시 이 대표가 수입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2021년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7천억 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석우 대표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이 사업 다각화 노력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는 것이다. 

하루빨리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 다각화 전략이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되도록 만들어 업비트에 의존한 단일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 실적은 훌륭하지만, 사업의 특성상 ‘불안함’은 지우기 어렵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어느 날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급속도로 냉각됐을 때, 이석우 대표와 두나무가 그 이후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