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국 런던에 위치한 HSBC 본사 간판. HSBC는 최근 자사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시기를 20년 늦추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에 금융사들은 화석연료 산업의 위축 방지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줄리안 웬첼 영국 HSBC 신임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CSO)가 27일(현지시각) “은행과 금융사들이 화석연료 기업들을 향한 투자를 과하게 지양하는 경향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웬첼 CSO는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은 탄소 기반 경제가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은 채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대해왔다”며 “현재 정부와 기업들의 초점은 세계 경제의 성장과 촉진보다는 탄소 경제를 어떻게 억압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HSBC는 19일 2030년으로 설정한 자사의 기업운영 및 공급망 탈탄소화 목표 실현 시점을 20년 늦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블룸버그는 그동안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에 집중됐던 금융권의 시각이 바뀌면서 에너지 전환의 현실성을 향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에너지 기업 '비톨'의 최고경영자(CEO) 러셀 하디도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에너지 전환은 비용 효율적이지 못하며 전력 소비자에 전가되는 부담이 매우 크다"며 "유럽연합과 영국은 소비자와 산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 뉴욕주 맨해튼에 위치한 S&P 본사 건물. <위키미디아 커먼스>
다니엘 예르긴 S&P글로벌 부회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엄청난 비용인데 누가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현재 이와 같은 기후목표는 경제 성장, 개발, 에너지 안보, 환경오염 해결 등 다양한 다른 목표들과 공존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분쟁에도 영향을 받는 등 그 복잡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예르긴 부회장은 이어 "기후목표와 경제 개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관련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식을 결정하는 것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에너지 전환보다는 에너지 추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한 해 동안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530기가와트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던 화석연료 발전량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S&P글로벌은 인공지능(AI) 산업 붐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에 향후 화석연료 발전은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는 늘리는 에너지 전환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2050년까지 세계는 전체 총생산(GDP)의 5%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들의 부담할 비용은 선진국들이 대신 내줘야 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선진국들의 부담은 각국 GDP의 약 10% 내외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GDP의 10%는 국방비, 의료 복지, 사회보장 비용 지출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예르긴 부회장은 "여기에 에너지 전환에 강대국의 경쟁이 개입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친환경 에너지 기술 확산이 늦어지고 비용이 상승해 전환 속도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국 정부는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재원 및 인프라 부족, 촉박한 도입 시기, 규제 문제 등 여러 장애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일각에서는 금융권 분석과 달리 향후 확대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각종 위험을 고려하면 지금 지출을 감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비용을 아끼는 선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발표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향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향해 목표 지향적이고 표준화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투자자, 기업 경영진, 정책 입안자, 금융기업 간 협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이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매년 세계는 4조5000억 달러(약 6458조 원)가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재정 운영 효율화를 통해 충분히 합리화가 가능하다"며 "우리는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수행하려면 에너지 안보와 감당 가능한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