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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SPC그룹의 미국 사업 확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정책 등 미국 내 경제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지 생산시설 확충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SPC그룹은 2020년 트럼프 정부 1기 시절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도 신뢰를 쌓으며 입지를 다져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는 등 우호적 관계를 이어온 만큼 향후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2.0 재계 희비] SPC그룹 허영인, 트럼프 2기 맞아 파리바게뜨 미국사업 확대 힘주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2/20250213144042_74603.png)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30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를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미국 내 생산시설 기반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가 SPC그룹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13일 SPC그룹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최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리바게뜨의 최근 글로벌 조직 내 AMEA 본부(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본부)를 신설했으며 미국·캐나다 시장을 총괄하는 파리바게뜨 아메리카 본부의 조직도 정비했다. 지역별 맞춤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단연 북미다. SPC그룹은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 매장을 연 이후 현재까지 북미 지역에 약 200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내 매장을 1천 개로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SPC그룹이 주목하는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와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SPC그룹의 미국 사업 확대에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당시 대규모 세제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며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하며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 2기 정부에서도 법인세 인하 기조를 유지하거나 추가 감세를 추진할 경우 SPC그룹의 미국 공장 운영과 신규 투자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2.0 재계 희비] SPC그룹 허영인, 트럼프 2기 맞아 파리바게뜨 미국사업 확대 힘주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2/20250213144751_81230.png)
▲ 1월27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존슨 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파리바게뜨 제빵공장 투자 인센티브 협약식에서 허진수 SPC그룹 사장이 서명을 하고 있다. < SPC그룹 >
SPC그룹이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기간 줄곧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SPC그룹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 1억6천만 달러를 투자해 연면적 약 1만7천㎡(약 5200평) 규모로 규모의 제빵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사업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면 2030년까지 2만8천㎡(약 8400평) 규모로 공장을 확장해 나간다는 청사진이다.
미국 지방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존슨 카운티와 벌리슨 시는 파리바게뜨에 총 1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텍사스주는 공장 건립에 필요한 장비 구입 시 세금 혜택을 지원한다. 총 지원 규모는 최대 14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미국 공장 설립 결정에는 허영인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라 급변하는 관세 정책에 대비하고자 신속히 현지 시설 확충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허 회장은 1월2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돼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 경제 협력 및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SPC그룹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으며 이번 선거 기간에도 보편 관세 도입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트럼프2.0 재계 희비] SPC그룹 허영인, 트럼프 2기 맞아 파리바게뜨 미국사업 확대 힘주나](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2/20250213150509_75149.png)
▲ 파리바게트 미국 맨해튼 렉싱톤에비뉴점. < SPC그룹 >
물론 SPC그룹은 미국 내 생산 공장 건립을 통해 관세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생산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한국에서 완제품을 들여오게 될 경우 관세 부담이 여전히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SPC그룹은 다른 식품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미국 내 생산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북미에서 약 200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휴면반죽 등 일부 원재료를 여전히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반면 CJ제일제당과 농심 등은 현지 공장에서 생산 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추고 있다.
미국 생산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모든 원재료와 제품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생산능력이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할 경우 국내에서 원재료 등을 조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미 무역 관계가 새로운 긴장 국면에 접어들 경우 SPC그룹의 미국 공장 설립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보조금에 대한 보수적 태도가 변수로 지목된다.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보수적으로 운영되면 지급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보조금은 공장 설립 기간, 투자 규모, 생산 능력,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강화하거나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할 경우 지급 시기가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실제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외국 기업에 최대 3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미국 지방정부가 파리바게뜨에 제공하기로 한 최대 1400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 역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보조금과 관련된 사항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해 2030년까지 미국 내 점포 1천 개 달성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