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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장남 김동관, '한화의 빛'이 될 수 있나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2-11 15: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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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태양광사업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김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태양광사업의 전권을 맡았다. 김 실장이 한화그룹의 '태양빛'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승연 장남 김동관, '한화의 빛'이 될 수 있나  
▲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
11일 한화케미칼에 따르면 자회사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등 태양광사업 관련 회사의 라인 가동률이 90%를 넘어섰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전체 시설 가운데 오래되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라인은 가동하지 않는다”며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00% 가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초 가동률은 60~70% 수준이었지만 3, 4분기 80%를 넘어서면서 가동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의 부재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던 태양광사업이 활기를 띄는 것은 한화그룹 입장에서 분명 고무적이다. 김 회장은 ‘태양광사업은 한화그룹만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는 길’이라 믿고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로서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 해왔다. 한화는 2010년 태양광 회사인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으로 상호변경하고 2012년 세계 최고의 태양광 회사인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새롭게 출범시키는 등 태양광사업에 적극 투자해왔다.


김 회장은 태양광사업을 키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을 사업 전면에 배치하는 후계자 수업도 진행했다. 김 실장은 2010년 1월 (주)한화에 입사한 후 2010년 12월부터 한화솔라원 등기이사로 활동했고 2011년 12월부터 한화솔라원 기획실장도 겸직했다. 지난해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선임돼 태양광 발전 사업 강화, 신규 시장 개척 등 전략마케팅 및 사업개발 실무를 이끌어 오고 있다.


한화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후계자 수업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다보스포럼이 진행된 스위스 다보스의 콩그레스센터 지붕에 한화그룹이 기증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됐는데 이 아이디어를 김 실장이 직접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주요 국가 정상과 글로벌 기업 회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자리에서 한화의 태양광사업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

  김승연 장남 김동관, '한화의 빛'이 될 수 있나  
▲ 지난 1월 다보스포럼이 진행된 스위스 다보스의 콩그레스센터 지붕에 한화그룹이 기증한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됐다.

또 김 실장은 5년째 다보스포럼에 참석해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에 나서는 등 열성적으로 태양광 세일즈를 펼쳤다. 김 실장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태양광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확고한 철학에 따라 앞으로도 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해 태양광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또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53차례 면담을 가지고 62번의 세션에 참가하면서 한화의 태양광사업을 홍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김 실장의 행보를 두고 김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경영권 승계가 조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실장의 나이는 31세로 경영권을 물려받기에 많이 어린 편에 속하지만 김 회장 역시 그 나이쯤 해서 회장직을 물려받은 경험이 있다.

김 실장이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태양광사업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넓다. 한화 측은 김 실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해외 태양광 사업 마케팅 등에 주력하고 있다”며 “오너 3세 경영에 착수한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김동관=태양광 사업'이라는 공식이 정립되는 것은 사실상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나 마찬가지다. 특히 김 실장이 태양광사업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경영권 승계는 더욱 가시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사업이 주춤할 경우 가시적 승계는 좀더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비슷한 경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개인자금까지 출자하면서 설립한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은 적자를 면치 못해 문을 닫으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에 빚을 떠넘기고 해산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후계자로서의 자질에 의문부호가 붙게 됐고 실패의 꼬리표는 지금까지도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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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오른쪽)이 지난 1월 22일 다보스포럼 현장의 한화그룹 사무실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김 실장이 전권을 넘겨 받은 태양광사업은 아직 건재하며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해까지는 태양광 사업 부문이 적자폭을 줄여왔다면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 내 상업생산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의 가격 상승세가 기대되고 있고 발전소사업 등 다운스트림 분야 강화에 따른 이익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의 올해 매출 전망치 평균은 매출 8조5,895억 원, 영업이익 3,05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발전 설비 자재인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의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고, 태양광 설치가 북미, 중국,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태양광 사업의 중장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한화케미칼의 2015년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조9,867억 원, 5,012억 원으로 올해 추정치와 비교해 각각 4.62%, 64.19%가 늘어난 수치다.


다만 태양광 사업 업체들의 수익성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자재의 가격 상승이 필요한데 과도하게 가격이 올라갈 경우 업체들이 설비를 늘려 다시 공급 과잉이 초래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상승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25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가동을 멈췄던 업계가 생산을 재개하면서 공급과잉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1일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김 회장은 당뇨와 우울증, 폐질환을 앓고 있는 등 건강악화로 당장 업무에 복귀하기 힘든 상태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아직 경영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김 회장의 건강이 회복되는 게 우선"이라며 "비상경영체제를 언제 종료할지는 기약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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