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리어케어 부사장 윤문재 “경기침체 극복 최선의 방법은 인재영입”

▲ 윤문재 커리어케어 부사장은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재영입이며 지금이 가장 공격적으로 인재에 대한 투자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7월 CJ그룹이 고위급 임원에 대해 깜짝인사를 실시했다. 통상 연말에 정기 임원인사를 해온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CJ그룹이 고위급 임원인사를 조기 실시한 이유는 올 하반기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조직개편을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윤문재 부사장은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재영입인데 지금이 영입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해법은 인재에 있으며 지금이 가장 공격적으로 인재에 대한 투자에 나설 때라는 것이다. 

윤 부사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 인사팀장과 메가박스 임원을 지냈다. 현재 커리어케어 PEPG본부장으로 사모펀드(PEF)에게 핵심인재를 추천하는 컨설턴트 조직을 이끌고 있다.

- 상반기에 이차전지 바람이 거셌는데,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까?

“시장의 기대가 사업의 확충, 조직의 보강, 임원 진용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의 임원인사 역시 이러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과를 견인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는 영업, 마케팅, 구매라인이 강화될 것이고 기술 경쟁력 제고와 고도화 차원의 제조, 생산, 기술 전문인력의 보강이 예상된다. 해외사업 확장에 필요한 지원기능과 주주활동 강화를 위한 홍보, IR조직의 역할도 커질 것 같다.”

- 2차전지 업계에서 임원들을 이미 많이 영입했다고 들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 계열사의 경우 삼성SDI 출신 임원들이 이미 다수 포진되어 있는데, 올해 더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송호준 전 삼성SDI 부사장이 에코프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돼 오너의 공백을 해결할 중책을 맡았으며, 김성홍 전무가 홍보실장으로 영입되었다. 삼성SDI에서 소형전지 기술 개발을 담당했던 백순길 전무는 에코프로비엠의 생산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바꿨다. 에코프로비엠 영업본부장으로 영입된 김창국 전무는 삼성SDI에서 중대형전지 자동차부문 마케팅 상무 출신이다.”

- 배터리 제조사들도 인재영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20여 명의 상무와 수석전문위원을 신규 선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낸 박진규 고려대 기업산학연협력센터 특임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글로벌 통상 이슈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주용락 전 코넬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연구소 부사장으로 선임했고 글로벌 안전기술센터 담당임원으로 이승준 상무와 박재범 상무를 영입했다. S

K온의 경우 지난 2달 동안 외부에서 임원을 6명 영입해 사업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고사업책임자(CCO) 직을 신설하고 한온시스템의 성민석 전 대표를 선임했다. 또한 품질담당 예필수 부사장, 셀소재 구매담당 박종진 부사장, 해외법인지원담당 최윤상 부사장, 글로벌HR담당 조진희 부사장, 팩토리 오토메이션 담당 최성규 위원을 영입했다.”

-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는 것 아닐까?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심화되면서 중국판 리먼사태가 현실화 된다는 분석과 함께 중국이 저성장 모델로 진입하는 신호탄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적극적 시장개입으로 파국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의 위기는 내수침체로 나타나고 중국 수출비중이 큰 국내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 같다.”

- 주로 어떤 기업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건설기계 같은 산업재 기업들과 화장품과 식품 분야의 소비재 회사들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중국발 대형 리스크를 자주 경험하면서 위기대응 노력을 해왔다. 중국사업 비중을 줄이고 사업 거점의 대체와 다변화를 통해 탈 중국형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을 추진해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부동산 리스크가 악재는 분명하지만 영향은 단기적,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 경기침체 시기엔 임원인사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도 인사가 앞당겨질까?

“기업들의 연말인사가 가을 인사나 연중 수시인사로 바뀌고 있다. 작년에는 10월에 한화, 신세계, CJ 그룹의 인사 발표가 있었고 12월에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의 임원인사가 실시됐다. 올해의 경우 기업환경을 둘러싼 불안요인이 더 커져 있다.”

- 왜 앞당기나?

“기업들은 조기 임원인사를 통해 ‘위기가 예상되니 선제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회사 안팎에 보내려고 한다. 위기 대응체제를 조기에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인사를 앞당기는 것이다.”  

-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중점에 두는 기조는 무엇일까?

“주요 기업의 내년 전략에서 핵심키워드는 공격적 투자다. 삼성의 경우 올해 반도체 쇼크로 인한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시장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3위 자동차브랜드로 도약한 현대자동차도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려는 야심찬 비전을 밝히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시대에는 세계 전기차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면서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재에 대한 투자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반도체 전쟁은 경우에 따라서는 100년 전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인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100년 전쟁, 승리의 관건은 역시 인재라는 것이다.”

-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을 때 기업들은 어떤 인사 방식을 취하는가?

“임원의 교체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많지만, 대대적 물갈이 인사와 세대교체를 통해 인적쇄신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혁신인사에는 조직의 본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실행력을 갖춘 경영진이 필요하다. 이 때 혁신을 꾀하되 ‘안정 속 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조직의 체질을 바꾸기도 하고 밸류체인 전반에 대대적 변화를 모색하는 조직 리셋 차원의 큰 변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 상황이 안 좋을수록 인재의 중요성이 커질 텐데, 헤드헌팅회사도 부담을 느낄 것 같다.

“기업이 헤드헌팅회사로부터 추천받길 원하는 인재의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빌리티 선행기술, 이차전지 분야에서 기술과 사업을 선도하는 고급인력들을 원한다.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급 인재는 국내에 후보자가 거의 없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 헤드헌팅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인재의 외부 영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인가.

“최근 3년간 기업의 임원인사를 전하는 기사에는 빠짐없이 외부인재 영입, 외부전문가 수혈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팀에 신입사원 한 명이 들어와도 분위기가 바뀐다. 핵심인재가 영입되면 조직 전체가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 사업의 판을 바꿀 수 있는 인재는 조직을 강하게 담금질할 수 있는 토르의 망치다.”

- 인재 영입 과정에서 기업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인재영입은 CEO나 HR 만의 과제가 아니다. 전사적 역량이 총동원 되어야 하고 임원들이 나서야 한다. 사업조직의 리더는 사업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는 고성과 인력을 찾아야 한다. R&D 담당임원은 어디에 있는 누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요즘 헤드헌터들이 기업의 HR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담당임원들과 협의가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정체 국면을 돌파를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에게 임원 인사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영입하려는 인재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영입한 인재에 대한 면밀한 검증은 인재를 찾는 과정만큼이나 중요하다.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인터뷰가 진행되지만 후보자를 제대로 판단하기엔 한계가 많다. 이 때문에 마지막 검증과정인 평판조회가 중요하다.

이제 평판조회는 기존 정보를 점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후보자가 입사 뒤 담당할 직무와 역할을 분석하고 적합도까지 판단하는 한편, 조직성과에 대한 기여까지 예측할 정도로 진화하고 있다. 중요한 임직원의 경우 평판조회를 꼭 실시해야 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