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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effect]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책 쓰고 싶은 사람은 왜 늘까

마녀체력  withbutton@icloud.com 2023-06-2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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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effect]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책 쓰고 싶은 사람은 왜 늘까
▲ 책이 안 팔리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거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사진 필자 제공>
[비즈니스포스트] 내가 몸담았던 출판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하나가 있다. 독서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니, 당연하게도 책이 안 팔리는 시대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거나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꾸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그 여파로, 무슨 책을 쓸지 주제를 잡아주고 과제로 써온 글을 봐주고, 출판사와 계약하는 데까지 도와준다는 ‘무슨 글쓰기 연구소’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얼마 전까지는 돈을 버는 블루오션이었고, 긁어가는 수입도 내가 예상하는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책은 안 팔리는데, 책들이 자꾸만 세상에 나온다? 그 말인즉슨 수요는 없는데 공급이 훌쩍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러니 더더욱 책 생태계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사람들이 책을 내고 싶은 심리가 뭐란 말인가? 

“책을 써서 대박을 터뜨릴 거야.”

마치 “로또를 사서 1등을 할 거야”라는 말처럼 허황되기 그지없다. 일단, 책을 써서 돈을 벌기는 힘들다. 돈을 벌기는커녕, 다른 수입이 없다면 먹고 살기조차 힘들다. 극히 일부 베스트셀러 저자들 책을 제외하면, 신간의 생명력은 두세 달도 유지되지 않는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관심의 눈길조차 받지 못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초짜 저자일 경우 1쇄를 2천 부 정도 찍는다고 치자. 요즘 같은 현실엔 2쇄를 찍기도 쉽지 않다만. 만약 2천 부나(?) 다 팔렸을 때 받는 인세(책 가격이 1만 5천 원일 때)를 계산해 보면 겨우 300만 원이다. (저자가 받는 인세는 대개 판매 분의 10%이니까.) 일반 회사 신입 사원의 한 달 치 월급이랄까. 

집필하는 데 최소한 6개월 넘게 시간을 들여 안간힘을 짜낸 결과가 그렇다.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완전히 미친 짓 아닌가. 게다가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널을 뛰듯 글을 쉽게 빼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책을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전적 의미 그대로 ‘안간힘’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 몹시 애쓰는 힘.’ 

어쩌면 바로 그 점이 책을 내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니까. 살아오면서 책 한 권이 될 만한 경험이나 지식을 축적한 것만도 박수받을 일이다.

그런데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생각을 정리해서, 가장 논리적인 수단인 글로 표현하는 능력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것도 원고지 500매가 넘는 분량을 말이다. 

책을 냈다고 하면, 일종의 학력처럼 두 가지 덕목은 무조건 인정받고 넘어간다고 하겠다. 이 사람은 긴 글을 써낼 만큼 ‘논리력’을 갖췄구나. 이 사람은 긴 글을 써낼 정도로 ‘인내력’이 있구나. 하긴 ‘돈의 힘’으로, 두 덕목을 가진 전문가를 수배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마녀체력 effect]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책 쓰고 싶은 사람은 왜 늘까
▲ 지난 6월14일에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수많은 부스를 뚫고, 나를 찾아온 독자를 만나는 기쁨이란!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고 싶을 만큼 울컥했다. 책을 만들 때는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이라는 명제가 꽤 부질없다고 여겼는데, 저자 입장에 서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 <사진 필자 제공>
누군가에겐 “책 한 권 쓰는 게 소원”이건만, “굳이 뭐 하러 책을 써...”라며 냉소를 날리는 사람도 있다. 시간 들여 써봤자 돈도 안 되고 괜히 개고생만 하는, 각박한 출판 현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분들이다. 편집자는 그런 잠재적 저자더러 책을 쓰자고 꼬실 때, 어떤 이유를 들이댈까. 

책은 본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주는 명함 역할을 한다. 굳이 장황하게 주절대지 않아도 된다. 또한 책을 통해 여타 비즈니스나 강연, 미디어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생긴다. 즉 돈은 되지 않더라도, 돈으로 사기 힘든 일종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준다고 할까. 

혹시나 화제의 인물로 미디어에 출연하거나 인터뷰할 때, 책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는 크다. 같은 경우라면, 반드시 저서가 있는 사람부터 우선 섭외 대상이 되리라.

방송작가나 기자들이 미리 예습을 하고 질문을 뽑기 얼마나 수월한가. 한 분야의 전문가로 누가 적당한지 찾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온라인 서점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는 일이다. 

비록 안간힘을 써야 하지만, 책을 쓰면서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경험은 좋았다. 다른 건 몰라도, 살면서 어느 기억을 잊지 않고 간직했는지, 소중하다고 여기는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실은 책을 쓰는 사람들이 얻는 가장 큰 장점 같다. 시간이 없거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늘 곁눈질로 보아왔던 내 영혼을 마주한 기분이랄까.

지난 6월14일부터 5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성황리에 열렸다. 국내외 출판사와 저자, 독자, 업계 관계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였다. 매년 편집자나 독자 입장으로 참관하다가, 올해는 저자로서 처음으로 출판사 부스에 앉아 독자를 맞았다. 

수많은 부스와 책들의 미로를 뚫고, 내가 쓴 책을 읽고 공감해 나를 찾아온 독자를 만나는 기쁨이란!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고 싶을 만큼 울컥했다.

책을 만들 때는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이라는 명제가 꽤 부질없다고 여겼는데, 저자 입장에 서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 

결국 사람들이 너도나도 책을 쓰려고 하는 심리는, 기억되고 싶어서 아닐까.

고작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바꾸기란 어림없고,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기도 어렵다.

다만 ‘객관적 물성’으로서 내가 이 세상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싶은 유한 존재로서의 본능으로는 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심오한가.)  

위에 나열한 여러 가지 장단점을 따져서, 그래도 이익이라 생각되면 책을 써보길 바란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써요?”라는 질문은 해 봤자 소용없다. 내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으니까.

글을 잘 쓰는 데 지름길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선 책부터 많이 읽어야 한다. 본인은 읽지도 않으면서, 누군가 내 책을 읽어주기만 기대하면 그야말로 도둑 심보가 아닌가. 마녀체력
 
작가 이영미는 이제 ‘마녀체력’이란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27년간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 살았다. 한국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대편집자란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지만, 갈수록 몸은 저질체력이 되어 갔다. 죽지 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15년간 트라이애슬론으로 꾸준히 체력을 키워 나갔다. 그 경험담을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주제로 묶어 내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출판 에디터에서 작가로 변신했으며 <마녀체력> <마녀엄마> <걷기의 말들>을 썼다. 유튜브 지식강연 '세바시'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에서 대중 강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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