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될 때에는 조직을 흔들지 않고 현재 최고경영자를 재신임하면서 안정에 무게가 실렸는데 이번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지 적용될지 주목된다.
▲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오른쪽)가 올해 말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금리 상승과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내년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단순히 영업수익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있었지만 금리의 하향 안정 기조가 이어져 어느 정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금조달을 위한 이자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실적에도 부정적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카드사 조달규모가 유지되고 새로 발행하는 채권금리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금리 사이 차이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면 카드사의 2023년 이자비용은(회사채 기준) 올해보다 약 94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1일 내놓은 ‘신용카드사의 최근 유동성 대응력 및 조달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카드사의 조달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향후 카드사의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런 전망은 카드사 최고경영자의 연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카드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기조가 우선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8곳 카드사 가운데 5곳 카드사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들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때 카드업계 전반의 위기의식을 고려해 CEO를 교체하는 등 조직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을 피하는 인사 기조를 우선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다.
다만 이번 연말연초 인사에서 관련 조직의 내부 상황에 따라 카드사 최고경영자의 거취에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당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금융그룹의 상황 변화와 함께 연임보다는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내년 3월 조용병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음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조 회장이 재연임에 성공하고 그룹 2인자로 여겨지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거취와 관련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원석 BC카드 사장은 그동안 BC카드의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한 전략을 착실하게 추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연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구현모 KT 사장의 연임여부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최 사장이 BC카드의 모회사인 KT의 구 사장이 영입한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