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루빈 울트라'에도 HBM4 탑재 검토,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4 수율에 주도권 갈린다

▲ 엔비디아가 올 하반기 출시할 AI 칩 '루빈'에 이어 내년 출시할 '루빈 울트라'에도 HBM4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수율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AI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2027년 출시하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루빈 울트라'에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대신 HBM4(6세대)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D램 공급 부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이 HBM에 할당할 수 있는 웨이퍼 용량이 제한적인 데다가, HBM4의 성능과 수율(완성품 비율)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HBM4가 2027년에도 엔비디아 최선단 AI 칩에 적용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주도권과 사업 수익성은 HBM4 수율(정품 비율) 확보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인 '루빈 울트라'의 HBM 설계를 기존 HBM4E 12단 탑재에서 HBM4E 8단, HBM4 12단, HBM4 8단 등으로 사양을 낮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당초 루빈 울트라에 그래픽처리장치(GPU)당 최대 1테라바이트(TB) 규모의 HBM4E 12단을 탑재하는 설계를 제시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5월 말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공급했고, SK하이닉스도 6월 HBM4E 12단 샘플을 보냈다.

기존 HBM4 12단이 최대 13Gbps(초당 기가비트)의 속도를 구현하는 것에 비해 HBM4E 12단은 최대 16Gbps의 속도를 내고, 전력 소비 효율도 20% 이상 개선된다.

하지만 그만큼 공정 난이도가 높아져 수율을 확보하기 어려워 더 많은 웨이퍼가 소모될 수밖에 없다. D램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HBM4E를 공급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이에 엔비디아는 HBM4E 대신 HBM4 설계 최적화를 통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루빈 울트라'에도 HBM4 탑재 검토,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4 수율에 주도권 갈린다

▲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HBM4E(7세대) 전시용 샘플. <연합뉴스>

루빈 울트라의 설계 변경은 엔비디아의 HBM 구매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는 루빈 울트라 주력 제품에 HBM4를 탑재한 뒤, 추후 HBM4E 8단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루빈 울트라가 HBM4E 대신 HBM4를 채택할 경우 2027년 엔비디아의 HBM 수요는 약 10%, 전체 시장의 HBM 수요는 약 4%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엔비디아가 HBM4E 대신 HBM4를 채택하더라도 가격 결정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에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AMD와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를 비롯해 브로드컴, 구글 등의 맞춤형 AI 반도체(ASIC)에도 HBM4가 탑재됨에 따라 2027년에도 HBM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전략 변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HBM4를 누가 더 많이 공급하느냐에 따라 세계 HBM 시장 1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율이 높을수록 불량 웨이퍼 비율이 줄어들어,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정상 제품을 판매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1c) 공정과 4나노 베이스 다이를 HBM4에 처음으로 적용해 속도 경쟁에서는 유리하지만,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HBM4 수율은 현재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7월 30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1c 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계획대로 수율을 개선하며, HBM4 공급 역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에서 활용했던 10나노급 5세대(1b) 공정을 HBM4에도 활용한 만큼, 이미 양산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HBM4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추가 설비 발주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세일즈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7월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4의 현재 양산 수율과 품질은 성숙 단계에 진입한 이전 세대 HBM3E 제품과 근접한 수준"이라며 "HBM4 경쟁력은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을 구현하고, 이를 안정적 수율과 품질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역량까지 아우를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