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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형세단 쏘나타의 아성이 위태롭다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6-05-08 11: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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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중형세단 쏘나타의 아성이 위태롭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가 독점했던 중형세단시장에 판도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 쏘나타 혹은 기아차 K5뿐이었던 국내 중형세단시장에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쏘나타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쏘나타는 그동안 ‘어떻게 내놔도 잘 팔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보적 위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쏘나타와 다르다는 점을 내세운 경쟁자 앞에서 쏘나타가 위협받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은 쏘나타가 만들어 놓은 중형세단의 공식을 깨버린 새로운 중형세단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 현대차, 쏘나타 판촉 강화로 중형세단시장 대응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2017년형 쏘나타 300대를 9월까지 4500명의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규모 시승행사를 진행한다.

최근 일부 소비자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2017년형 쏘나타를 재빠르게 내놓은 데 이어 쏘나타만으로 대규모 시승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할부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쏘나타를 36개월 무이자할부로 판매하다 올해 들어 저리 할부로 바꿨는데 4월부터 다시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쏘나타를 대상으로 공격적 판촉을 벌이는 이유는 쏘나타의 독무대였던 중형세단시장에서 쏘나타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쏘나타는 구형과 신형을 합쳐 중형세단 판매 1위를 어렵게 지켰다. 4월에는 더 큰 격차로 판매 1위를 유지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SM6의 기세가 무서운 데다 신형 말리부도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있다.


쏘나타는 단순히 판매량만 떨어진 게 아니다. 택시나 렌터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연식변경 모델 조기 출시, 무이자할부 판매 등이 쏘나타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 중형세단 쏘나타의 아성이 위태롭다  
▲ 곽진 현대차 부사장이 2014년 12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차 안일한 중형세단시장 대응


쏘나타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현대차의 안일한 시장 대응이 꼽힌다.

쏘나타는 국내 중형세단시장을 만들고 키운 차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과 제원을 갖췄다. 이 때문에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큰 사랑을 받으며 국민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쏘나타가 독주할 수 있었던 데는 마땅한 경쟁모델이 없었다는 점이 한몫했다.

이런 외부환경이 결국 현대차가 쏘나타를 만들 때 적당한 성능의 적당한 차를 만드는 요인이 된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가 2014년 LF쏘나타를 출시했을 때 디자인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가 판매확대에 급급해 쏘나타의 이미지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있다.

현대차는 LF쏘나타를 출시할 당시 택시모델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택시모델이 나올 경우 LF쏘나타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시 3개월여 만에 LF쏘나타의 신차효과가 끝나고 판매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자 택시모델을 내놓았다. 지난해 쏘나타 전체 판매량 10만여 대에서 택시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나 아슬란 등 쏘나타보다 높은 차급에서 신차를 잇달아 내놓은 점도 쏘나타 판매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쏘나타는 그동안 가족을 거느린 보수적인 소비층이 가장 큰 소비자였으나 몇 년 전부터 상위 차급에서 신차가 연이어 나오면서 중형세단 소비층의 연령대가 낮아졌다”며 “젊은 소비자들은 너무 흔한 모델을 꺼리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 중형세단시장 4강구도로 재편

현대차가 중형세단시장에서 쏘나타를 믿고 안일하게 시장 대응에 나선 사이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은 과거 쏘나타를 따라하던 데서 벗어나 새로운 중형세단을 각각 내놓았다.

신형 말리부와 SM6는 나오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각각 이전 모델과 비교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판매속도가 매우 빠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과 김제임스 한국GM 사장은 각각 SM6와 신형 말리부의 강점으로 기존 중형세단 즉 쏘나타와 ‘차별화’를 내세웠다.

박 사장은 “현대가 만들어놓은 곳에서 놀기보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의 말처럼 SM6는 기존 중형세단의 가장 큰 장점인 ‘적당함’을 버리고 고급스러움을 선택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SM6와 신형 말리부가 나오면서 외관 디자인만 다르고 똑같은 파워트레인을 갖춘 쏘나타와 K5에 식상해하던 국내 소비자들이 대거 SM6와 신형 말리부로 갈아타고 있다”며 “기존 SM5나 구형 말리부는 쏘나타를 대신할 만한 경쟁력이 없었지만 SM6나 신형 말리부는 일단 초기 반응을 봤을 때 합격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은 배기량에 대한 고정관념도 깼다. SM6와 신형 말리부 모두 ‘중형세단=2.0리터 가솔린엔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각각 신형 말리부 1.5리터 가솔린 모델과 SM6 1.6리터 가솔린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SM6의 경우 1.6리터 가솔린 모델의 판매 비중이 전체의 30%에 이르는 등 다운사이징 엔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나 쏘나타의 경우 각각 다른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7종의 모델이 판매되고 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2.0리터 가솔린 모델이 다른 모델을 압도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쏘나타는 2.0리터 가솔린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하다”며 “쏘나타 다운사이징 모델의 경우 20~30대 일부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긴 하지만 판매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 중형세단 쏘나타의 아성이 위태롭다  
▲ (왼쪽부터)앤소니 로 르노 외관디자인 총괄부사장, 프랑수와 프로보 전 르노삼성차 사장,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1월13일 충남 태안 한서대학교 비행교육원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신년 기자발표회'에서 SM6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놓칠 수 없는 중형세단시장


중형세단시장은 현대차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가격대를 갖춘 데다 어느 정도의 품격도 지닌 가장 실용적인 차급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요층도 넓다.

특히 가족 위주로 차를 구매하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동차회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회사의 대표모델도 대부분 중형세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BMW의 5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중형세단이 흔들리면 다른 차급도 위험하다.

중형세단을 산 소비자가 같은 회사의 준대형세단, 대형세단 등 다음 차급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쏘나타를 타다 그랜저로 갈아타는 식이다.

한국 닛산의 마사히데 아마다 알티마 상품개발 총괄은 4월 신형 알티마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낮춘 배경에 대해 “D세그먼트(중형)는 자동차 브랜드에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며 “이 차급에서 경쟁에 패할시 회사의 존속 여부까지 위태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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