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고민, 이주열의 소통과 불통 사이  
▲ 이주열 총재가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소통'의 딜레마에 휩싸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데 보수적으로 대응했지만 시장에서 추가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간극으로 이 총재와 금융시장 사이의 소통 문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 총재가 발언의 파급력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0.5원 오른 달러당 1227.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5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기준금리 인하 예상이 힘을 얻자 외국인투자자의 달러 역송금 수요도 늘어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고채 3년 선물 지표금리도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16일 연 1.431%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수록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고채 3년 선물 지표금리는 17일에 전날보다 올랐지만 상승폭은 0.04%포인트에 불과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생긴다”며 “지금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기대효과는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반면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파’적인 입장을 강력하게 나타냈다”며 “이 총재가 정통 ‘한은맨’으로서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점을 고려해도 이례적으로 단호한 태도였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의 발언과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불통’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4~2015년 동안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렸다. 그때마다 이 총재는 시장에 미리 신호를 주지 않고 ‘깜짝 인하’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핵심 발언만 보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가 거의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이 탐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난 3년 동안 한국은행의 소통 문제가 제기됐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철없다’고 비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 총재의 말 한 마디가 시장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도 ‘비둘기파’로 분류됐지만 취임 이후 매파에 가까운 태도로 돌아섰다”며 “이 총재가 중앙은행의 수장인 이상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신호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금융통화위원회와 금융시장의 소통을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제기됐던 불통 논란을 해소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소수의견을 제시한 위원의 이름을 정례회의 당일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하성근 위원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리자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금융통화위원들의 공개 강연과 기자간담회 등 대외활동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