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이 금융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의 매각에 시동을 걸었지만 한동안 신중하게 시장의 흐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인수합병시장에 같은 업종의 더 큰 잠재매물인 롯데캐피탈이 있다는 점에서 매각 추진에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효성, 효성캐피탈 매각 시동 걸었지만 롯데캐피탈 곁눈질하며 신중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2일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효성그룹은 효성캐피탈을 매각하기 위해 매각주관사를 물색하는 등 매각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효성캐피탈은 전체 자산 규모 2조3999억 원인 업계 중하위권 캐피탈사다. 매각대상은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이 보유한 효성캐피탈 지분 97.15%다.

효성그룹은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해 공개적 입찰하기보다 후보사에 개별 접촉하며 확실한 원매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아직 자문사 선정을 위한 별도의 입찰제안서(RFP)를 배포하지는 않았다”며 “인수 의지가 확실한 원매자를 확보한 자문사에 주관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이 효성캐피탈 매각을 놓고 원매자 확보를 우선하는 것은 투자금융업계에 같은 캐피탈회사인 롯데캐피탈이 잠재매물로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캐피탈은 영업자산 규모가 2018년 9월 말 기준으로 6조7천억 원으로 국내 캐피탈사 가운데 4위인 데다 자산 안정성도 높아 알짜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예비입찰에서 KB금융지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이 참여했지만 현재 매각절차가 잠정적으로 보류됐다.

롯데캐피탈의 매각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당장 캐피탈사 매수 후보자들이 효성캐피탈에 큰 관심을 두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규모가 더 큰 동종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효성으로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이 효성캐피탈을 매각하는 것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지주회사 행위제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됐다. 롯데캐피탈이 시장에 나온 것과 같은 이유다.

같은 법 8조의2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다만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전부터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전환 뒤 2년 안에 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효성그룹은 올해 1월1일부터 지주회사 기준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확인받아 금융 계열사 지분 처분시한은 2020년 말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의 매각은 초기단계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