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춘천 레고랜드 부지인 춘천시 의암호 중도에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마이스(MICE)산업 육성을 추진한다.

최 지사의 역점사업인 레고랜드의 전망도 불확실한 가운데 강원도가 서울시와 부산시 등 기존 마이스산업 강자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강원도 춘천시에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경쟁력 있나?

17일 춘천시 지역사회에서는 전날 강원도청이 발표한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계획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원지사 최문순, 춘천레고랜드와 마이스산업 연계 무리수 되나

최문순 강원도지사.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설립해도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충분한 교통적, 문화적 유인책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마이스산업을 육성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이스는 회의, 포상여행, 컨벤션, 전시/이벤트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최 지사는 마이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3년까지 1700억 원 규모의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중도에 건립하기로 했다.

지역사회에서도 마이스가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도 차원에서 투자해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최 지사의 취지 자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지을 장소로 춘천시에 있는 호수 한가운데의 섬을 선택했다는 데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과 성과를 공개하기 위해 전시회, 박람회 등 행사를 연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고 교통이 편리한 장소를 고르게 된다.

춘천시 의암호 중도가 이런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춘천시는 서울시와 양양국제공항의 가운데에 있다. 둘 중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최소 1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만큼 외지 관람객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다. 

춘천시와 강원도 자체의 잠재적 관람객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 많다고 볼 수도 없다.

서울시의 코엑스, 부산시의 벡스코가 지하철역과 인접하면서 수백만 단위의 유동인구와 항상 연결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서울시와 부산시, 제주도 등 국내의 다른 도시들은 마이스산업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세계 국제대회 개최 순위에서 서울시, 부산시, 제주도는 각각 3위, 7위, 15위를 차지했다. 

이 3곳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이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계획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강원도가 내놓은 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과연 기업들에게 충분한 유인동기로 작용할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춘천 레고랜드와 마이스산업 시너지는 시기상조

최 지사는 머지않아 문을 열 춘천 레고랜드와 연계해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서울시와 속초시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가 확정됐고 춘천 레고랜드도 2021년 개장을 목표로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며 “춘천 레고랜드가 문을 열면 연간 240만 명 수준의 관람객이 방문해 국제전시컨벤션센터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지사 최문순, 춘천레고랜드와 마이스산업 연계 무리수 되나

▲ 춘천레고랜드 조감도.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춘천 레고랜드의 성사 자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춘천시 시민단체인 춘천역사문화연구회 관계자는 “춘천 레고랜드 시공사인 멀린그룹이 아직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업 진척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이 무사히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최 지사는 2011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부터 중도개발공사를 설립해 춘천 레고랜드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2018년 10월 레고랜드사업 주관자가 중도개발공사에서 영국 멀린그룹으로 변경되면서 레고랜드 시공을 기존 시공사인 STX가 아닌 다른 업체가 맡게 될 가능성이 떠올랐다.

멀린그룹은 6월 안에 시공사를 다시 선정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STX가 재선정 과정에서 탈락하면 기존 주관자였던 강원도 중도개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손해배상금액은 150억~200억 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중도개발공사가 투자하는 레고랜드 사업비 800억 원의 25%에 이른다. 소송 자체가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춘천 레고랜드가 난관을 이겨내고 무사히 문을 연다 해도 최 지사의 계획대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춘천 레고랜드의 주요 비교대상인 일본 나고야 레고랜드는 2017년 개장한 이후 이용객이 급격하게 줄면서 현재 요금 50% 할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춘천역사문화연구회 관계자는 “최 지사는 긍정적 전망으로만 포장한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계획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